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너무 불편한 세종청사…손 놓은 청사관리소

[취재파일] 너무 불편한 세종청사…손 놓은 청사관리소
처음 세종청사에 온 사람은 모두 드나드는 문제로 고생을 해야 한다. 민원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미리 연락된 고위직이 아니면 차를 몰고 건물 안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공공건물에서 웬만큼의 애교면 통과가 가능한 언론사 취재차량도 예외가 아니다. 못 들어간다. 주차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경비원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바깥에 차를 세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건물 입구는 전자식 개폐 장치가 설치돼 있다. 칩이 있는 신분증을 대면 자동으로 열린다. 대면 열리는 신분증이 없으면 공무원도 못 들어간다. 청와대 직원도 안 되고 출입기자도 안 된다. 유일한 방법은 3동 앞에 있는 종합안내실에 와서 방문증을 받아 가는 것이다. 종합안내실은 기재부가 있는 4동과도 200m 정도는 떨어져 있다. 국토부가 있는 6동은 물론 총리실이 있는 1동까지는 1km가 넘는다. 날씨는 춥고 일은 바쁜데 방문증 때문에 왔다 갔다 하려면 짜증이 난다. 그래서 여러 번 경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도 했다. 하지만 항상 “청사관리소 원칙”을 외치며 꿈쩍도 안 한다. 그만큼 군대식이고 청사관리소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 ‘너무 심한데’ 라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기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민원인들은 어떻겠나?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불만이 쌓여가면서 많은 이들이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세종청사관리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전행정부 소속으로 청사 관리를 맡은 곳이다. 예전의 행정안전부다.

한 예를 들어보자. 출입하는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출입증을 대도 열리지 않았다. 물어보니 청사관리소에 가서 출입증을 고쳐야 한단다. 청사관리소 301호에 갔다. 오전 10시 반이었다. 내 앞에 2명의 여성공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코드를 입력하면 되는 작업이다. 그런데 나는 이날 출입증을 손보지 못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리다 결국 못하고 점심약속 때문에 자리를 떠야 했다. 내 앞의 여성공무원은 1시간을 기다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행안부가 안행부로 바뀐다니 딱 맞는다며, ‘안 행복한 부서’라고 꼬집었다. 세종청사에 입주한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행안부도 세종시에 내려와야 한다” 는 것이다. 그만큼 행안부에 불만이 많다. 공무원들이 이 정도니 파견직 특수경비원들은 말해 무엇하랴!

세종청사 특수경비원은 모두 145명이다. 인천공항을 만들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만든 것이 특수경비원이다. 정부 청사로는 처음 세종청사가 용역업체에 경비를 맡긴 것이다. 3개조로 나눠서 주간근무-당직(24시간)-휴무 식으로 근무한다. 특수경비원 145명 중 98명은 근무가 너무 힘들고 임금은 적다며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특수경비원들은 노조까지 만들었다. 청사 관리소측은 노사문제일 뿐이라며 발을 빼려고 한다. 노사문제는 맞다. 이런 종류의 노사갈등은 주변에 엄청 많다. 세종청사 특수경비원들보다 더 못한 조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정부청사라는데 문제가 있다. 핵심은 정부청사를 경비하는 사람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불만은 용역업체에도 있지만 청사관리소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것도 많다.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미지
청사관리소 3층에 휴게실이 있다. 특수경비원들은 이곳까지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공무원들만 이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청사관리소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청사 전체 건물 중 3층까지 승강기 이용을 금지한 곳은 청사관리소 말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청사관리소는 파견직 근로자들에 대한 출퇴근 버스 이용을 금지했다. 정작 공무원들이 서서 온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사관리소 모 계장은 “공무원만 타게 돼 있다”며 예산안에 나와 있다고 항변했다. 국회 행안위에 확인했다. 공무원만 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청사관리소의 운영지침일 뿐이다.

“누구를 무조건 못 들어오게 막아라” 등 부당 지시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중 청사관리소 고위직에 대한 경례 문제는 소개해야겠다. 고위공무원 사진을 나눠 주면서 반드시 경례를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몇 명이 그만 결례를 했고 큰 소동이 벌어졌다. 그 사진이 고위공무원의 젊은 시절 모습이었고 아무도 못 알아봤던 것이다. 복장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경비업무를 같이 하면서 신분은 공무원인 방호원이 있다. 겨울엔 남방셔츠에 자켓을 입고 그 위에 외투를 입는다. 한 눈에 봐도 고급재질의 옷감이다. 특수경비원들은 남방 위에 바로 외투를 입는다. 자켓은 지급되지 않았다. 구두도 각자 구입해서 신으라고 했다. 열악한 처우에 퇴직하는 사람이 자주 생겼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복장을 새로 온 사람이 인수했다. 봄이 돼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가도 여전히 외투 차림이다. 지난해 12월에 지급한 외투 한 벌로 겨울을 나고 3월 말까지 버티는 것이다. 그러니 늘 후줄근한 모습이다.

이들의 진정사건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자 한 경비원이 문자를 보내왔다. 그동안 자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밑바닥에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며 고마워했다. ‘밑바닥에서 다가오는 느낌’이란 표현이 궁금했다. 그리고 차별의 아픔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용역업체의 부당한 처우를 더 많이 고발했다. 그리고 그 진정 사건은 고용노동청에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정말 부당한 노동착취가 있었는 지는, 그곳에서 정당한 방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서러움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아픔을 달래야하는 것은 세종청사 관리소, 즉 정부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