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또다시 칼을 들이댔다.
공정위의 4대강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지난해에도 4대강 1차 턴키공사에 대한 담합 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1차 때와는 기류가 판이하게 다르다. 새 정부 내부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고,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 움직임이 본격 가시화되는 시점에 조사가 시작됐다. 더구나 공정위만 조사에 나섰던 1차와는 달리 이번엔 정부내 다른 부처들도 동시에 4대강 사업 점검에 나섰다. 그래서 범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2차 턴키공사 담합 의혹 짙다"
27일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한 두산·한진·삼환·한라·계룡건설 등 5개 사는 모두 4대강 2차 턴키공사의 주관사 등을 맡았던 건설사들이다.
2009년 6월 발주된 1차 턴키공사는 보(洑)를 건설하는 공사로, 주로 대형 건설사들이 맡았다. 같은해 10월 발주된 2차 공사는 하천환경 정비와 준설 공사가 대부분이어서 중견 건설사들이 수주했다.
4대강 2차 턴키공사는 그동안 야당에서 끊임없이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쟁점화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2차 턴키공사 담합의 증거라며 공정위의 `4대강 1차 턴키 입찰담합 심사보고서'와 `A건설사 자료'를 제시했다.
이 심사보고서에는 "4대강 전체 입찰공사를 1차 턴키공사는 대형건설사 중심으로, 2차 이후 일반공사는 중견사 중심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A건설사 자료에는 2차 턴키공사는 물론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영주다목적댐, 보현댐 공사 등의 낙찰 예정자까지 적시돼 있어 4대강 사업 전체의 담합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같은당 김기준 의원도 2차 턴키공사의 낙찰률을 근거로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한강 17공구를 비롯한 4개 2차 턴키공사 구간의 예정금액 대비 낙찰률은 95%에 달했고, 낙동강 17공구도 89%에 달했다.
통상 정부 발주 공사의 낙찰률이 60∼70%인 것을 고려하면 2차 턴키공사에서 시공사 간 담합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 범정부 차원 4대강 재조사 나서나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전임 정부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내세웠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권교체기였던 올해 초 감사원은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설계에서부터 시공,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셈이다.
당시 국무총리실에서는 "민간 중심으로 전문적인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감사결과에 반발했다. 이를 의식한 듯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국정과제를 준비하면서 4대강 문제를 전면에 내놓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인수위 주변에선 4대강 사업 재검토 주장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전면재조사를 염두에 둔 일종의 군불지피기였던 셈이다.
이젠 새정부가 출범한 만큼 4대강 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재평가를 막고 나설 세력도 없다.
뿐만아니라 이제 출범 한 달이 지난 새 정부는 인사와 정책 등에서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이명박 정부 흔적 지우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공정위 뿐만아니라 정부내 다른 부처들도 4대강 사업을 재조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를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겠다"며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고 말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필요 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차 턴키공사 담합 조사를 발표한 후 "부실 조사"라며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 고발까지 당한 공정위도 2차 조사에선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 환경부, 국토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4대강 조사가 이뤄진다면 상당히 큰 파장과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전임 정부와 현 정부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은 전임 정부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심사업으로 역점을 둬 추진한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날 경우 `업적'으로 남기는 커녕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면은 실종되고 계속해서 비판여론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임 정부측에선 앞으로 4대강 사업 조사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이를 수용하기 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부각시키며 반발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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