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엄태웅)이 '서연'(한가인)에게 지어준 제주도의 그 집이 카페로 새단장했다.
창을 열어젖히자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던 거실, 두 사람이 누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푸른 옥상 잔디를 누구나 가까이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은 몇년 전 이곳의 낡은 집을 사들여 영화 속에 나온 서연의 옛날 집 장면을 찍고 실제로 건물을 해체한 뒤 이곳에 간이로 세트를 지어 새집 장면을 촬영했다.
이 '세트 집'은 영화 개봉 직후 해체된 뒤 1년여간 공사를 거쳐 실제 건물로 태어났다.
이렇게 영화 촬영 세트를 같은 모양의 건물로 다시 지어 보존한 사례는 국내에 거의 유례가 없다. 그간 3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해온 명필름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바닷가에 있는 '카페 서연의 집' 오픈식에서는 두 주연배우와 이용주 감독, 심재명·이은 명필름 대표,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구승회 씨 등이 모여 카페 오픈을 기념했다.
카페로 꾸며진 공간은 영화 속에서 넓어 보였던 서연의 집보다는 조금 작아졌다. 대지 150평에 실제 건물 한 층의 넓이는 50평(165㎡) 정도. 도로와의 거리 등을 규정한 건축법상의 제약으로 실제 건물은 영화 속 세트 위치보다 바다에서 조금 더 물러났다.
입구로 들어가서 만나는 전체 인테리어의 느낌도 영화 속 거실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지만, 바다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통유리 접이식 창은 그대로였다.
한쪽 편엔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 공간과 카운터가 있고 나머지 공간은 일반 카페처럼 앉아서 쉴 수 있는 탁자와 푹신한 의자들이 놓였다.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4천 원.
2층에 올라가니 작은 내부 공간과 야외 옥상 잔디가 있었다. 잔디는 아직 심은 지 오래되지 않아 듬성듬성 땅이 보였지만, 바다를 마주하고 탁 트인 시원함과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카페 측은 잔디가 더 자라면 방문객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영화 속 서연처럼 잔디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층 내부 공간의 한쪽 벽면은 어린 승민(이제훈)과 서연(한가인)이 이어폰을 꽂고 '기억의 습작'을 함께 듣던 장면의 대형 사진이 장식해 영화의 감성을 떠올리게 했다. 잔디 쪽으로 향한 벽면은 대부분 창으로 트여 있었고 그 옆 작은 벽면에는 두 주인공(엄태웅과 한가인)이 잔디에 누워있던 그 장면이 작은 크기의 사진으로 걸려 있었다.
그 옆 벽면에는 명필름이 그간 만든 영화들의 포스터 액자가 소품으로 장식돼 명필름의 역사를 훑어보게 했다.
화장실 안쪽 문에는 조정석이 연기한 감초 '납뜩이'의 실제 크기 모형 사진이 붙어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건물 인테리어는 영화의 미술감독이었던 우승미 씨가 맡았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구승회 크래프트 대표이사는 "많은 분들이 영화 안에서 가졌던 기억을 보존하려고 노력했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영화 속 세트와는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바다가 보이는 홀딩 도어와 옥상 잔디는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연합뉴스)
카페로 단장한 '건축학개론' 제주집 가보니
서귀포 위미리에 '카페 서연의 집'으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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