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출국 시도 논란을 빚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여야 모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칼을 쥔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원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발을 묶어두긴 했지만, 사안의 성격이나 수사 진척상 당장 특별한 '액션'을 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원 전 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법리검토에 들어가 호흡을 고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고발장이 지난주에 들어와 현재 기초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고 법리를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고소·고발은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됐던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을 담은 내부문건을 공개한 이후 잇따라 이뤄졌다.
'지시말씀'에는 4대강 사업, 세종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력사업을 홍보할 것을 주문하고 대선 과정에서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 19일 먼저 고소·고발했고 뒤이어 민주노총과 전교조, 4대강 범대위, 참여연대, 민변 등이 21~25일 잇따라 고소·고발장을 냈다.
여러 건이 제기됐지만 핵심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원 전 원장이 정부·여당에 유리하도록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 규정을 어겼는지 여부다.
검찰은 국정원 문건을 중심으로 법리검토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가정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 관여' 행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법 9조는 국정원장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런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찬양·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게 이 같은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정치 관여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팩트가 정확한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원장 발언이 어떤 취지에서,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등 저간의 사정과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국정원법의 적용과 해석이 쉽지 않다"며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 법리검토가 까다로울 수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전 정지작업을 탄탄하게 한 다음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부터는 고소·고발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해 사법처리된 사례는 과거에 더러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정원 도청 사건이 대표적인 정치 개입 공작이다.
안기부 비밀도청조직 '미림팀'이 정·관·재계,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을 상대로 벌인 광범위한 도청 사건을 말한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김대중 후보 낙선을 목표로 용공설을 퍼트려 안기부법상 정치관여죄로 실형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사법처리된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 2008년 10월 말에는 당시 김회선 국정원 2차장이 그해 8월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과 회동해 KBS 사장 임명 문제를 놓고 대책 회의를 한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검찰, 원세훈 출국금지 걸어놓긴 했는데…다음 선택은?
'정치개입' 법리검토…'지시말씀' 배경 파악에 주력<br>'국정원법 위반' 과거 처벌사례 있지만 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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