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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상반기 주목할 여성 감독 2명

캐서린 비글로, 양영희

[취재파일] 상반기 주목할 여성 감독 2명
1. 여성으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일엔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레 절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체계적으로 여성학을 공부한 적 없어 이렇다 저렇다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지금껏 살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는, 여성은 은근슬쩍 별일 아닌 것처럼 차별받기 십상이라는 점입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지금껏 그래왔는데 뭘 새삼스럽게'로 합리화되기 쉽습니다.

 앓는 소리 아닙니다. '바짝' 긴장해서 살지 않으면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분기탱천해서 일어나기에도 벅찬데요, 그렇기에 내가 어느 정도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여성으로서 살면서 겪을 법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고 배울 수 있다면 아마 살면서 큰 도움이 되고 또 위로가 될 겁니다.

 먼 길 돌아왔네요, 여성 감독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여느 장르보다도 담론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영화’의 특성에 비추어 봤을 때 요즘 시대 여성 영화 감독의 필요성은 더더욱 커집니다.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반드시 여성을 화제 삼는 영화만을 만드는 건 아닐 겁니다. 곧 소개해드릴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전쟁 영화도 그렇고, 국내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진한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주제와 장르에 상관없이, 여성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은 달라도 뭔가 '다릅니다'. 스쳐 지나가는 역할일 지라도,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남성 중심적이었던 국내 영화계를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게 이번에 쓴 제 기사의 주제입니다.    

2. 얼마 전 '영화현장에도 女風…여성감독 전성시대'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663868)  그런데 솔직히 기사가 나가고 나서 혼자 약간 찔렸습니다. 누군가 '전성시대까지야' 라며 핀잔을 줄까봐 였습니다.

여성감독 '전성시대'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사가 나가던 주의 개봉작이 7편 정도 있었는데(상업영화 기준) 그중 두 편이 여성 감독의 영화였습니다.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와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였습니다. 몇년 째 영화판을 주의깊게 보고 있지만 같은 주에 여성 감독의 영화가 두편이 개봉하는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감독 모두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전작들로 상당히 주목받는, 소위 '얘기되는' 감독이기에 더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캐서린 비글로(51년생,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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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군 기지 실화 다룬 '허트 로커(2008)'에 이어 지난해 빈 라덴 사살 작전 그린 '제로 다크 서티(2012)' 두 편의 전쟁 영화로 여성 최초 미국감독조합(DGA) 포함해 감독상 22관왕에 오른 여성감독.

비글로 감독의 개인사 가운데 특이점은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처(두번째 부인)였다는 것. 2천년대 들어선 여성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곁들인 선 굵은 전쟁 영화를 연달아 발표하며 명실공히 최근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HOT'한 여감독으로 떠오름. 

특히 '허트로커'가 공개된 2009년엔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관왕에 올라. 주요부문에 같이 이름을 올렸던 전 남편 제임스 카메론의 흥행작 '아바타'를 모두 꺾은 결과. 전 남편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둬 한동안 할리우드 최고 화제가 되기도....


양영희(64년생,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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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된 오빠와 관련된 자전적 영화 '가족의 나라'로 지난해 일본 사회의 극찬을 받은 재일동포 감독.

'가족의 나라'는 양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로, 이전엔 '디어 평양(2006)'과 '굿바이 평양(2009)' 등 다큐 영화를 만들어 왔음. '가족의 나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감시자를 동반하는 조건으로 25년 만에 재회한 북송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그림.

1959년부터 20년간 지상의 낙원이라는 선전에 속아 북한에 송환된 조총련 재일동포에 대한 이야기. 일본 정부와 북한은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해 현재까지 그곳에 갇혀 있는 이들만 9만4000여 명. 친오빠들이 북송된 양 감독 가족이 겪었던 불행의 역사를 자전적 영화로 기록하고 있는 것. 양 감독은 15년 동안 부모와 자신이 살고 있는 일본 오사카, 그리고 세 오빠의 가족이 사는 평양을 오가며 이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음.

3.
어쩌다 보니 두 감독 모두 우리나라 여성 감독은 아니군요(양영희 감독은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입니다). 국내에도 1955년 최초 여성 감독 '박남옥' 이후 많은 여성 감독들이 활동 중인데 말이죠.

임순례(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변영주(발레 교습소, 밀애, 화차),
방은진(오로라 공주, 용의자X)
정재은(고양이를 부탁해, 말하는 건축가)
박찬옥(질투는 나의 힘, 파주)

수직상하 체계에 익숙한 국내 도제식 제작현장에서 연출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국내 여성 감독들이 천천히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다음 취재파일에선 최근 국내 여성감독들의 활약상을 함께 살펴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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