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여사는 초절정 인기 연예인이면서도 전도유망하지만 이혼남인 관료를 남편으로 골랐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남편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전세계적인 유명인이 됐지만 결혼 당시인 1987년에는 그저 지방 도시인 샤먼시의 부시장이었을 뿐 지명도는 펑 여사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혼남이었고 나이는 9살이나 더 많았습니다. 따라서 펑 여사가 '골랐다'고 표현해도 넘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펑 여사는 결혼 이후 가수 활동을 꾸준히 계속 하면서도 연예인으로서의 화려한 생활보다는 군 가무단 고위 간부로(현재 장군입니다), 봉사활동가로(세게보건기구 WHO의 에이즈 친선대사입니다), 또 유력 정치인의 현모양처로, '고위 관료의 아내다운 모범적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인기 절정 연예인으로, 또 군 장성으로, 마침내 퍼스트레이디로, 모두 부러워할 만큼 승승장구하는 삶이지만 펑 여사도 지난해 11월 남편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뒤에는 한동안 고민이 많았던 듯 합니다. 그 이후로 공식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부인은 드러날 만큼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거나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 것을 전통처럼 여겨왔습니다. 줘린, 왕예핀, 류용칭. 혹시 이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각각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전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부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인들도 이들을 잘 모릅니다. 얼굴을 아는 이도 없습니다. 그만큼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내조에만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관례는 중국의 건국자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탓에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잘 아시는대로 장칭은 마오쩌둥 말년에 이른바 4인방의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정치에 깊숙히 개입했습니다. 중국 사회를 뿌리 채 흔들어놓으면서 이 와중에 죽임을 당한 사람이 무려 2천~3천만명, 숙청된 사람은 1억명에 달할 정도의 참극을 빚은 문화혁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대혼란의 주동자가 장칭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 권력자의 배우자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데 대해 과민반응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마오 주석을 극복하고 정권을 잡은 덩샤오핑이나 계승자들은 부인 단속을 철저히 했던 것입니다.
펑리위안 여사는 게다가 더 오해받기 좋은 상황입니다. 우선 장칭과 마찬가지로 산둥 출신입니다. 실제 그런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국 속설에 산둥 지방 여성들은 무척 '리하이'(우리 말로 표현하면 '드세다' 정도가 어울릴 듯 합니다) 하다고 말합니다. 순종적이지 않고 남편을 쥐락펴락 하려 한다는 뜻이겠죠. 또 장칭도 1930년대 상하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은 여배우였습니다. 즉, 연예인이었죠. 펑 여사 역시 가수 출신의 연예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오버'하면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과민반응'을 불러올 수 있고 시 주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진핑 총서기가 최근 양회에서 공식적으로 주석직에 오를 때까지 더욱 조심하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업체는 이런 갑작스런 관심과 주목에 조금 당황한 모습입니다. 최근 펑 여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취재를 하기 위해 이 업체와 접촉을 했었는데, 아무런 답변을 줄 수 없다며 취재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혹여 영부인을 자신들의 광고에 이용하는 듯한 인상을 줄까 대단히 조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울러 그저 이 의류업체가 운영하는 상점의 외경과 로고만 촬영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니까 신청서를 제출하면 다른 언론사들의 신청서와 함께 검토해서 한날 한시에 동시에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음…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펑 여사의 모습에 대해 중국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으로 보입니다. 참신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서방 최고지도자의 부인과 같이 외교나 교류의 아이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중국인들은 펑 여사를 가수로서 좋아했던 만큼 이제 최고지도자의 부인으로도 좋아합니다. 다만 일부 중국의 원로급 인사들은 우려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영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쏠려 정작 중국 국가주석의 활동이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아직 펑 여사가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만큼 어떤 판단이나 전망을 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당수 중국 전문가들은 펑 여사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펑 여사가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고 따라서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방법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영부인으로서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떻든 거대 중국, 그러나 어쩐지 조금은 촌스럽고 우악스러워보이는 중국에 꽤 세련되고 보기 좋은 아이콘이 생긴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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