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논란에, 건강에 더 해로운 술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요. 아니나 다를까 술값 인상 법안이 이번 주 국회에서 발의됩니다. 술 마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소주나 맥주 얘기가 아니니 애주가들은 크게 걱정하실 일 아닙니다. 법안 대상은 알코올 도수 30도 이상의 독한 술입니다.
담뱃값 인상 움직임 때문에 또 가계 부담 늘까봐 근심인데 이 법안을 필두로 소주, 맥주도 가격 올리지 않을까 걱정되실 겁니다. 취재 현장에서 보기엔 거기까지는 아닌듯하니 일단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이번 법안은 주로 중산층 이상에게서 거둬들인 돈을 술에 대한 교육, 알코올 중독자 치료 등에만 사용하는, 즉 보편적 복지 예산으로 쓰자는 취지여서 담뱃값 인상 방안과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고량주, 위스키, 코냑 술값 오른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이번 주 중에 술값 인상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합니다. 술값 올리자는데 동의하는 여야 의원 20명 정도가 동참했습니다. 인상 대상은 알코올 도수 30도 이상의 독한 술입니다. 고량주, 위스키, 코냑, 보드카, 브랜디 등 외국 술과 우리나라의 독한 전통주들이 포함됩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세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 술에 주류 부담금 명목으로 건강증진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겁니다. 주류 부담금은 과세표준, 그러니까 세전 가격의 10%에 해당합니다. 소비자 가격은 지금보다 4~5% 오를 전망입니다. 독한 전통주도 부담금 부과 대상인데 일단 법안에는 다 포함시킨 뒤 실제로 전통주에도 부과할지 여부는 국회 상임위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술의 과세표준액은 최소 3천6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정부는 주류 부담금을 최소 360억 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법안은 이 돈의 용처를 술과 관련된 분야로만 한정지었습니다. 술의 해악을 알리는 교육, 알콜 중독자 치료 등입니다. 독한 술 소비자들이 주로 중산층 이상이니까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서 돈을 거둬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쓰자는 취지입니다.
담뱃값 인상은 ‘복지 위한 증세’ 방안?
술값 인상 관련 법안이 주목을 끄는 것은 같은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담뱃값 인상 논란때문입니다. “왜 담뱃값만 올리냐. 술값도 올려라”라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담뱃값 인상 법안과 술값 인상 법안은 목적이 서로 다릅니다.
담뱃값 인상 법안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터라 담뱃값 인상은 시기와 인상폭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의 목적은 김재원 의원도 밝혔듯이 “세금 거둬서 복지에 쓰자”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를 위한 증세는 없다”는 주장과 배치됩니다. 게다가 담뱃값 인상분만큼의 세금을 내는 계층은 중산층 이상보다는 서민층이 많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담뱃값 2천 원 올렸다고 흡연율 떨어지느냐에 대한 확신은 국책 연구기관에게조차 없습니다. 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누구나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은 그래서 제기되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술값 인상’ 법안이 나오니 “올 것이 왔구나”라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술값 인상 법안은 중산층의 돈으로 서민층에게 더 방점이 찍힌 보편적 복지를 하자는 건데도 말이죠.
서민 돈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술값, 담뱃값 싼 거 맞습니다. 그렇다고 경제논리만을 따라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소주 한잔, 담배 한 대가 소소한 재미인데 OECD보다 싸다고 우리 담배와 술의 가격을 올리면 세상살이 더 팍팍해질 겁니다. 미리미리 차근차근 올렸어야죠.
정부와 정치권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복지 예산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해서 서민 주머니 건들면 큰일 납니다. “복지 위한 증세 없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기 때문에 특히 세금 거둘 물건과 대상을 잘 골라야 합니다. 대통령의 가려운 데 긁어주기 위해 세금 급조하는 일 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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