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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이징 등기소 앞 장사진…신(新)부동산정책이 만든 새 풍속도

[취재파일] 베이징 등기소 앞 장사진…신(新)부동산정책이 만든 새 풍속도
한국에서도 가보지 못한 곳을 이곳 중국 베이징에서 가봤습니다. 바로 부동산 등기소입니다.

대개 한국에서는 집을 사고 팔때 부동산 중개업소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집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등기소에 직접 가서 본인이 등기 이전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베이징에 있는 등기소에 간 이유는 물론 집을 사거나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재차였습니다.

이달초 중국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20%로 올리기로 부동산 정책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이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대도시의 등기소마다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확인에 나선 것입니다.

현 양도세가 1% 정도니까 무려 20배나 세금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매매 차익이 1억일 경우 지금까지는 백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2천만원으로 늘어난 만큼 집 주인으로선 가히 '세금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문대로 등기소 건물 앞은 이른 아침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에 업무가 시작되는데 서너시간 전인 아침 5-6시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기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밖에 마련된 접수 창구에서 순번표를 받아 선착순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번표가 하루 3백번까지로 제한돼 있다보니 혹시 입장을 못할까봐 다들 서두를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오양구 등기소의 경우 미리 전날 대신 밤샘 줄서기를 해주고 순번표를 파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노인은 "아침 일찍 6시에 왔는데 순번표가 이미 어젯밤 7시에 마감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에게 3백위안(5만4천원)에 순번표를 판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취재진에게 "어떻게 이럴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 노인의 부인으로 보이는 분은 "작은 평수의 집에서 이제 좀 큰 평수로 옮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세금을 20%로 올리면 서민들은 어떻게 사냐며 투기꾼들을 잡겠다는 생각은 좋지만 그 바람에 엉뚱한 서민들이 죽을 맛"이라고 했습니다.

이 노인 부부처럼 이른 새벽부터 등기소를 찾은 사람 대부분은 이달초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신부동산 정책, 즉 양도세 과세 강화 방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신(新)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 모두가 정부의 신부동산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집을 처분하기 위해 등기소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세금이 이렇게 높아지면 어떻게 하냐고 너도나도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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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도시의 집값은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만큼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아왔습니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 10년간 집값이 평균 3배, 상하이는 5배 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0년만에 1억원짜리 집이 3억원, 5억원이 됐다는 겁니다.

중국의 대졸자 초임이 3천위안, 우리 돈으로 5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월급 모아 집산다는 얘기는 중국에서도 이제 실현불가능한 꿈 같은 얘기입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 수치가 이러니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경우 수십배가 올랐다는 부동산 업자들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투기'가 심하고 또 '버블'이 많이 끼었을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쨋든 중국 정부의 신부동산정책은 곧 시행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확고해서인지 집주인들이 이처럼 너도나도 등기소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세금이 오르기전에 아들에게, 딸에게 명의를 이전하거나 또는 팔아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거나 등등 부동산 거래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경우 평소 같은 기간보다 벌써 6배, 우시를 비롯한 상하이 인근은 14배까지 부동산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아우성과는 달리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급증하는 거래량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전역에 분점을 두고 있는 홈링크라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경우 하루 중계료 수익이 3천만위안, 우리 돈으로 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 때문에 울고 웃는 모습,  중국 사회나 우리 사회나 그 놈의 집이 뭔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취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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