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배춧값의 속사정

[취재파일] 배춧값의 속사정
#1. 배추

요즘 유통 구조를 줄여보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비싼데, 정작 생산농민은 남는 게 없다고 하죠.

농산물 가운데 요즘 가장 말이 많은 배추의 유통구조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 진도를 찾았습니다.

#2. 전남 진도 배추밭

봄 배추가 나오기 전까지 월동 배추는 주로 전남 해남과 진도 부근에서 나옵니다.

취재진이 찾은 배추밭은, 농민이 지난해 9월 포기당 800원에 밭 전체를 이른바 '산지 수집상'에게 넘긴 곳입니다. 밭떼기라고 하죠.

보통 1평 단위로 가격을 정하는데요, 취재를 간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면 배추 한 포기당 800원 정도의 가격을 받고 넘긴 겁니다.

그런데 요즘 농민들은 배추를 심은 뒤 수확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30~40일 정도 관리를 한 뒤 산지수집상에게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3. 배추는 나이 들수록 병에 약하다.

 왜 산지수집상들이 배추를 키울까요.

 배추는 생육기간의 후반부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커지고, 품질이 바로 가격 차이로 이어지다보니 산지 수집상들이 직접 관리합니다. 배추는 생육기간이 길어질 수록,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작물입니다.

 배추는 보통 특, 상, 중, 하로 나뉘는데, 포기당 2~3배의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게다가 농촌이 고령화되다보니 손이 많이 가고 힘든 부분은 언젠가부터 밭을 통째로 산 산지 수집상이 관리하게 된 것이죠.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값을 더 받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반면 산지 수집장들은 "생육기간의 절반 이상을 키운다", "비료 주고, 농약주고, 수확도 한다"라며 자신의 비용과 역할도 만만치 않다고 항변합니다. 취재진이 찾았던 진도의 배추밭에서도 산지 수집상이 고용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지수집상들끼리 서로 필요에 따라 배추들을 사고 팔면서 유통단계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기도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4.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이런 배추들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경매과정을 거치면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품질이 중(中)인 월동배추는 취재 당일 포기당 2,300~2,400원 수준에 농수산물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산지수집상의 생산비, 운반비, 이윤 등이 더해진 가격입니다.

 농민이 포기당 800원에 판 배추들은 산지 수입상을 거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들어온 뒤 중매인, 납품도매상, 소매상까지 거치면 3천원대 후반에서 4천5백원 사이의 가격으로 소비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5. 직거래

 5~7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배추 가격은 당연히 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이면 내려갑니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나 농협에서 하고 있는 '로컬푸드'와 '직거래 장터'의 경우, 가격이 보통 10% 정도 쌉니다. 소비자들로서도 신선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니 팔리기도 잘 팔립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든 유통단계를 확 줄이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일부 대형마트의 직거래처럼 농민들이 직접 운반해, 시장에 내놓고, 이를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직거래를 시도했던 한 농민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고, 안정적인 판로도 드물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6. '경쟁?'…정부 대책은?
이미지
 그래서 현재 유통 단계 종사자들은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유통구조를 '무 자르듯' 자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존 유통체제와의 '경쟁'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을 제시합니다.

 현재 유통단계를 줄이는 작업과 동시에 정부 혹은 농협 주도하에 새로운 유통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을 낮추다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유통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안으로는 농가의 조직화가 가장 많이 거론돼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산지 농가들을 조직화해서 몸집을 키운 뒤 이들이 직접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유통과 판로를 지원하고, 동시에 작황에 따른 가격 변동에 대비해 공영 저장소를 늘리는 등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배추든 무든 거래량 100%를 모두 이렇게 거래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개혁적인 유통구조가 확산되고 거래 농산물 중 일부라도 가격이 내려가다보면 결국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친 농산물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 7. 배추는 하느님과 동업?

배추 만큼 날씨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작물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배추 유통단계 종사자들은 "배추는 하느님과 동업"이라는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일단 월동 배추 다음에 나오는 충청도의 봄배추가 지금까지는 작황이 괜찮다고 합니다.
물론 변덕스러운 봄날씨만큼 어찌될지는 알 수 없죠.

유통단계를 바꿔보려는 정부의 첫 시도가 이번 봄배추부터 적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봄배추 값이 폭락해서 농민이나 관련자들이 가슴 아파하거나, 반대로 가격이 폭등해서 소비자들이 힘들어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균형잡힌 유통의 전형을 한 번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정부는 오늘 5월, 유통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