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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겹살 데이'의 유래

[취재파일] '삼겹살 데이'의 유래
3월 3일을 3이 두번 겹쳤다고 해서 삼겹살 데이라고 하죠.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11월 11일 빼빼로 데이까지. 무수히 많은 각종 '데이'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 '삼겹살 데이'는 다른 날보다도 더 정감이 갑니다. 우리 양돈농가를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삼겹살 데이는 지난 2003년부터 축협이 우리 양돈농가를 돕자는 의미에서, 이날 삼겹살을 많이 사먹자고 캠페인을 벌인 게 유래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실은 그 전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전에 돼지고기 가격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30년 넘게 돼지만 키우고, 도축하고, 가공하고, 유통해온 말그대로 '돼지 전문가'를 만났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 분이 '삼겹살 데이'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도 안성과 이천에서 대형 돼지고기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분인데, 이 분 배우자와의 결혼기념일이 바로 3월 3일이라고 하더군요. 20여년 전, 당시엔 다른 이름의 돈육가공업체를 운영했는데, 이때 배우자와 함께 이날을 기념해 삼겹살을 먹자고 했답니다. 이후 당시 회사 직원들과도 이날을 '삼겹살 회식'하는 날로 정했는데, 그게 점점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그걸 축협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채택해 홍보한 것이고요. 유래 한번 참 간단하죠?

지금 이 분은 국내 유명 백화점들과 마트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돼지고기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품질 향상을 위해 고기 브랜드를 특화시켰는데, 이를 위해 벌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돼지에 벌침을 맞히면 고기가 연해지고 면역력이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예전엔 실제 끈끈이가 묻은 책받침에 꿀벌들을 붙인 다음에 돼지 엉덩이에 갖다대 침을 맞히는 방법을 썼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벌침 독 성분을 따로 추출해 주사기로 놓는다고 합니다.

처음엔 효과가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알아보니 전남도농업기술원 연구결과 실제로 꿀벌 한마리의 벌침 독이 페니실린의 천2백배 정도 되는 살균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벌침을 맞히면 새끼돼지의 설사와 호흡기 질병 발생률을 7% 정도 낮추고 어미돼지의 번식 회전율을 높여 출하일을 일주일 정도 앞당긴다고 합니다. 최근에 벌침이 사람의 파킨슨병 치료와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으니 돼지도 마찬가지겠죠? 

요즘 돼지고기값 폭락에 이쪽 시장이 영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구제역 당시 무더기로 살처분하는 바람에 돼지 개체수가 급감했고, 모자란 공급을 충당하려고 정부가 들여온 수입돼지들이 공급과잉을 불러온 탓이죠. 요즘 양돈농가들은 돼지 한마리 팔 때마다 사료값 같은 원가도 제대로 못받아 수십만원씩 손해를 볼 정도라고 하니 말 다한 거죠. 이달초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초특가 판매 행사를 벌였고 '삼겹살 데이'도 거쳐왔는데, 돼지고기 수요 증진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나 봅니다. 이후에도 여전히 돼지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최근엔 양돈농가들이 결국 파산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까지 나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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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책이 없을까요? 우리 돼지고기를 많이 사먹어줘야하고, 사료값을 안정시켜야하고, 어미돼지 개체수를 줄여 공급과잉을 막아야 하고...다 좋습니다.

이 모든 게 동시에 추진돼야할 과제들이긴 하지만, 이 '삼겹살 데이' 창시자(?)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로 만드는 아이디어, 벌침을 활용해 돼지고기를 특화 브랜드로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아이디어...이런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 양돈농가를 살리고 우리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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