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23일(현지시간) 새벽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이 예산안 초안을 표결로 가결 처리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하원도 지난 21일 공화당이 주도하는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월 둘째 주 정부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방 정부의 일시 폐쇄(shutdown)를 모면한 데 이어 예산안까지 처리됨에 따라 겉보기로는 오랜만에 미국 정치권이 순탄하게 예산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ㆍ하원안과 대통령 안의 핵심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예산 현안의 고비를 넘겨 한숨을 돌린 정치권은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이고 나서 5월 18일 시한인 국가 부채 상향조정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상원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전날부터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다.
그러나 공화당 측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100여 건에 달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는 바람에 이를 처리하느라 13시간에 달하는 '밤샘 마라톤 표결'을 거쳐야 했다.
상원은 이날 새벽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패티 머레이(민주ㆍ워싱턴) 예산위원장이 발의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0년간 1조 달러에 달하는 부자 증세 계획이 포함된 이 법안에 내년 상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 소속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몬태나), 마크 베기치(알래스카), 케이 헤이건(노스캐롤라이나), 마크 프라이어(아칸소) 상원의원 등이 당론을 거슬렀다.
이번에 통과한 상원 예산안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 인상과 국방 및 사회복지 예산 감축 등을 병행, 앞으로 10년간 1조 8천5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게 주요 골자다.
하원은 지난 21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위스콘신) 예산위원장이 지난해 제출한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1표, 반대 207표로 가결 처리했다.
세금 인상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대신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정책의 폐기와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 예산 감축만으로 10년간 4조 6천억 달러의 적자를 깎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머레이 의원은 라이언 의원 등과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상ㆍ하원 관문을 각각 통과한 예산안과 오바마 대통령이 조만간 제출할 정부안이 양원 합동회의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미국의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은 2월 초ㆍ중순께 대통령이 정부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회가 이를 심사, 10월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의결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미국 정치권은 지난 몇 년간 임시 예산안을 연장하는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왔다.
계속되는 잠정예산 편성으로 의회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자 하원은 4월 15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의원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법안까지 의결하기도 했다.
예산안을 처리하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모든 급여를 에스크로(은행 등에 돈을 맡기고 조건이 충족되면 찾을 수 있도록 한 제도) 계좌에 넣어놓겠다는 것이다.
상ㆍ하원 의원들은 이번 예산안 처리로 '세비'는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도 미국의 재정 현안은 첩첩산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상원, 내년 예산안 통과…하원안과 '천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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