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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로등 커버 바꿔라" 시의원 알고 봤더니…

[취재파일] "가로등 커버 바꿔라" 시의원 알고 봤더니…
국회의원도 그런데, 시의원들도 겸직 실태가 요지경이겠지? 심증만 있었습니다. 단순한 상상 수준. 시간 품을 팔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지자체에 시의원들의 겸직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호텔 사장님도 있고, 정보 통신업체 대표도 있고, 오페라단 이사도 있고, 정말 다양합니다. 영리업체를 운영하는 회사 사장님이자 시의원님인 투잡 의원들을 다시 추렸습니다. 의회 회의록을 이 잡듯 뒤져, 재미있는 겸직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 성남시의회 K의원
K의원은 시의회 공식 회의에서 틈만 나면 가로등 문제를 언급합니다. '도심 가로등을 바꿔야 한다, 임기 안에 가로등 문제 확실히 해결하고 가겠다, 가로등 커버도 교체해야 한다, 사람을 시켜서 가로등 커버 닦는 것보다 아예 새 걸로 바꾸는 게 낫다...' 가로등 램프를 거론하면서, 구청 과장을 다그치는 동영상도 시의회 홈페이지에 남아 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의 가로등 사랑은 너무 강렬해서, 시의회 회의록에서 발언한 걸 검색해보면 많이 나옵니다.

근데 의회에 겸직 신고한 걸 보니, K전기 대표라고 돼 있었습니다. K전기? 큰 업체가 아니어서 찾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성남 시내에 있는 한 업체였는데, 직접 가봤더니 가게 안에 조명 기구가 가득했습니다. 가로등에 들어가는 대형 램프는 없었지만, 전기 업체답게 수많은 조명 기기가 비치돼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조명 영업을 해온 분이, 시의원이 돼서, 지자체 직원을 불러다놓고, 가로등 관련 기구들 바꾸라고 다그치는 모습은 한 편의 시트콤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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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은 영업중? 이라는 제목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의원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된 영리 행위는 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위반입니다. K의원은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당연히 도로 가로등 문제,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가로등 발언이 알고 보니까, 자신의 영리 행위와 '관련'도 아니고, 거의 '직결' 수준이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지요.

직접 방청한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는 가관이었습니다. 회의는 의회 청사 내의 TV로 생중계 되고, 출석을 기다리는 시청 구청 직원들은 대기실에서 TV를 보면서 기다립니다. 근데 취재진이 시의회를 찾아간 날, 마침 K의원이 또 가로등 얘기를 꺼낸 겁니다. 구청이 관련 예산안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TV 보던 구청 직원들, 바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더군요. 저 사람 영업하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회의장 들어가서는 K의원에게 고개 꾸벅 하고, 검토해보겠습니다 하다가도, 대기실에서는 흉보기 바빴습니다.

흉 볼 이유가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의정 활동에 사리사욕이 개입되는 것 같다고 의심을 받는 순간, 그의 모든 발언은 순수성이 떨어지고, 불순한 빛을 띠게 되니까요. 가로등 기기를 정말 교체할 때가 됐는지 여부는, 지자체 직원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한 의원의 모습이 보였을 뿐입니다. K의원이 설령 일리 있고, 바른 소리를 해도, 그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제입니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막는 법은 간단합니다. 상임위원회를 바꾸면 됩니다. 마이크 대고 물어봤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혹시 상임위 바꿀 의향은 없으신지요? 거절했습니다. 그는 초선부터 재선인 지금까지, 도시건설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가게를 폐업하겠다고 했습니다. 월 매출이 2천만 원도 안 된다면서요. 제가 의원님 직업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 같다고 말렸더니, 굳이 폐업하겠다고 하십니다.

방송이 나간 지 열흘이 지나 해당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의회 반대파로부터 무슨 제보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항의도 했습니다. 어쨌든 반론 요지는 이렇습니다. 가로등 ‘커버’를 교체하라고 요청한 적은 있어도, 가로등 ‘램프’를 교체하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가요? 통화 당시 회의록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아서 일단 말씀은 잘 알겠다고 한 뒤 끊고, 방송에 나간 인터뷰, 그리고 회의록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제6대 제184회 제2차 도시건설위원회(2012.6.1)
“그 도로들도 장마철에 누전이 잘 돼요, 거기가. 그리고 거기에 등기구(조명 기구)가 저압나트륨 등기구인데 아마 지금 램프를 못 구할 겁니다. 그것도 교체를 해야 되는데 맨날 검토, 검토하다가 다 끝나는……. 검토는 신중하게 하더라도 결단은 빨리 내려야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제6대 제183회 제4차 도시건설위원회(2012.2.21)
우리 구시가지에 20년 30년 된 등기구, 어차피 등기구를 교체해야 될 때가 됐습니다. … 지금 분당 같은 경우는 20년이 넘다 보니까 등기구라든가 이것을 교체를 막 해야 될 때예요. 그렇지요? 등기구 막 교체를 해야 됩니다.

제6대 제190회 제2차 도시건설위원회행정사무감사(2012.11.27)
CDM램프든가 또는 LED라든가 이런 것은 보통 지금 보안등이 100와트에서 150와트가 달려 있을 겁니다. 그러면 CDM 램프 같은 경우는 50와트 내지 70와트 이 정도. 거의 전력도 2분의 1 정도 다운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교체할 때는 그런 쪽으로 하고. … 1년에 1000개를 간다고 해도 2만 원씩 잡고 2000만 원밖에 안 들어가요. 안 그렇습니까? 왜 도대체 이거 안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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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를 교체하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먼 것 같습니다. 의원의 반론이 더 있다면, 이 공간을 통해 충분히 반영해 드리겠습니다만, 상임위 직무와 관련한 영리 행위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 이천시의회 J의원
J의원은 과거 시의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역의 대형 반도체 회사 주변에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도로가 있다. 보수가 시급하다. 또 시에서 하는 순회공연이 있는데, 반도체 회사에도 들러 공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 부탁드린다. 의회에서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근데 J의원님도 알고 보니까, 그 반도체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시의원과 반도체 회사 직원을 겸직하고 있는 겁니다. 의회 발언을 시의원으로서 한 것인지, 반도체 회사 직원으로서 한 것인지, 헷갈립니다.

그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일합니다. 시의회 회기 때는 의회로 출근하고, 회기가 끝나면 반도체 회사로 출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정 활동과 회사 생활이 그렇게 깔끔하게 양분되는지 궁금합니다. 의정 활동이라는 것이, 회기 때만 출석해 바짝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이건 기형적인 투잡입니다. 그게 가능한 생활인가요? 물었더니, 회사에서 이해해준다고 했습니다. 회사에 나가 의정활동을 할 때도 많다는 뜻인데, 회사 입장에서는 식구이자 시의원인 그에게, 그 정도 양해야 베풀어 줄만한 것 같습니다. 시의원 직원이 있으면 회사야 편하겠지요.

이천시의회는 의정 업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J의원은 모든 상임위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상임위 직무와 의원 본인의 영리 활동이 어떻게든 관련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J의원도, K의원도, 자신의 겸직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유권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봉사를 방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능력은 저마다 다르므로, 그들이 슈퍼맨처럼 두 개의 직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쳐도, 두 개의 직업은 서로 무관해야 한다는 게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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