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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릴 적부터 배우는 '카드깡'?…티머니깡 극성

[취재파일] 어릴 적부터 배우는 '카드깡'?…티머니깡 극성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용돈 대신 티머니카드를 충전해 주는 부모님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당초 교통카드였던 티머니카드가 요즘에는 가맹점을 늘리면서 편의점이나 서점 등지에서도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모 입장에서는 어린이용 티머니카드는 게임방에서 쓸 수 없기 때문에 현금으로 용돈을 주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놓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티머니카드에서 현금을 빼내 쓰는 속칭 티머니깡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머니카드에 만원이 충전돼 있을 경우 수수료 5백원만 내면 원하는 만큼 돈을 환불 받는 식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인근에 티머니깡을 손쉽게 해주는 편의점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후 2시를 전후로 속속 하교하는 아이들은 편의점을 향했습니다.
 
 편의점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혹시 티머니깡에 대해 아는 지 물었습니다. 한 초등학생은 “그냥 편의점에 가서 돈 빼 달라고 하면 된다”며 “수수료 5백 원만 내면 그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티머니깡을 하는 이유였습니다. 또다른 초등학생은 “저는 (환불한 돈으로) 뽑기하고 PC방에 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에 미친 사람은 게임머니를 산다”며 “엄마 아빠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들킬 일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가 부모 몰래 티머니카드를 현금화해 게임에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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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동의를 받아 어린이들이 쉽게 티머니카드를 환불 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해봤습니다. 서울 수유동의 편의점에서 7천원이 든 티머니카드에서 5천원만 환불 받아 보기로 했습니다. 직원은 “수수료 5백 원 제외하고 5천 5백 원은 현금으로, 남은 천원은 다시 충전해주겠다”고 너무나 쉽게 말했습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거나 생각하지 않고 있던 부모님은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실험에 참가했던 어머니 김중선 씨는 “아이들이 혹여 나쁜 용도로 현금을 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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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은 없습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티머니카드는 현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환불을 해줘야 합니다. 티머니카드 회사인 한국스마트카드사도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편의점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본사에서 지침이 없는데 무작정 환불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와 티머니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나의 대안이 제시됐습니다. 자녀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현 전자시스템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는 한국스마트카드 측 답변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스템 개선 비용으로 인한 티머니카드 가격 인상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더 많은 아이들이 몰라도 될 편법에 길들기 전에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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