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에 대한 쓴소리는 비박근혜계에서 먼저 나왔다. 과거 친이명박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더 이상 대통령을 욕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 바란다"며 (KMDC 주식 보유 사실 신고를) 바빠서 깜빡했다는 변명이 구차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역시 비박근혜계 재선인 김용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누락했다면 고의든 실수든 중대하게 청문 절차를 방해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사퇴론에 가세했다.
◈ "당 입장이라도 靑에 전달"
하지만 오전 회의가 끝난 뒤에도 황우여 대표와 국방위원들 사이의 간담회나 회동 소식은 없었다. 하루 전, 황 대표가 새누리당 국방위 간사인 한기호 의원을 만난 게 전부였다. 황 대표는 한 간사에게 여당 국방위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한 간사는 지금 각자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그러니까 추가 의혹이 나오기 전까지 여당 국방위원들의 생각은 "도덕성에 흠결은 있지만 업무수행에는 지장이 없다"는 쪽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한 간사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려면 뭔가를 갖고 가야 하지 않겠나며 이런 내용이 담긴 여당측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초안을 받아갔다.
◈ 당 입장 있다? 없다?
황우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초안을 여당 의견으로 청와대에 제출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황 대표는 초안을 살펴봤지만 오래 전에 작성한 것이라 별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해명이 담긴 것으로 적격 혹은 부적격이란 의견도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21일 최고위에서 유승민 국방위원장이나 누가 (국방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얘기 들어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의견) 정리가 되면 국방위원들이 자신을 찾아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최소한 국방위가 자신에게 '당 입장에서 봐도 이것은 안 되겠다'라는 어떤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청와대에 가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안돼서 그렇지 당에 이런 의견이 있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겠나고 했다. 단, 이것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렇게 하자고 결정이 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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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청와대에 당의 입장을 전달하자는 의견이 당내에 있는 만큼 그렇게 해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청와대에 들고 가서 설명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에 난 의혹들은 청와대도 다 알고 있을 테니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맡았던 여당측 국방위원들의 의견은 전달할 만한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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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그러나 언제쯤 여당측 국방위원들과 만나겠다거나 언제쯤 청와대에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또 여당측 국방위원들의 의견은 청와대에 전달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자신이 그들의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말하기보다 국방위원들 스스로 입장이 정리되면 자신을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지도부 차원에서 당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방침을 세워놓고도 정작 책임지고 의견을 모으겠다는 사람은 없었던 셈이다.
◈ "김병관 내정자 어떻게 생각?"… "글쎄요"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지도부 전체가 거의 마찬가지였다. 공개적으로 김 내정자에 대한 불가 입장을 밝힌 심재철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확인한 결과 지도부 6명 가운데 명시적 찬반 입장을 밝힌 사람은 심재철 최고위원을 포함해 단 2명이었다.
나머지 4명은 자기 의견은 밝히지 않은 채 '반대 여론이 많다고만 말할께' 혹은 '청와대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거나 '말하기 곤란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피했다. 당내에서까지 김 내정자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그것도 비공개를 전제로 한 질문에 대해서조차 자기 입장을 밝히길 꺼린 셈이다.
그나마 여당 국방위원들은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위원장을 제외한 8명 가운데 4명이 찬반에 대한 입장을 뚜렷이 했고 유보 입장을 밝힌 사람은 2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현직 장관이어서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여당 국방위원들의 어땠을까? 임명해도 무방하다가 3명, 반대 1명, 유보 2명, 청문회 불참 1명, 연락 불가 1명이었다.
◈ 靑과 여론 사이… 당 의견은 없었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당의 입장을 취합해 청와대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다. 물론 김 내정자가 당에서 의견을 모으기로 한 바로 다음날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의견을 모을 시간이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21일까지 상황으로 미뤄볼 때 과연 그럴 만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권 초기 청와대에 힘을 실어 줘야 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껄끄러운 인사문제에 입장을 내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인사권은 분명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결과가 대통령에게 구속력이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국회는 분명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이다. 여당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할 의무가 있다. 여당이 야당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당 내부, 특히나 지도부에서까지 문제 제기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뭔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 내정자가 갑자기 사퇴하면서 새누리당이 정말 의견을 모을 만한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앞으로라도 여론의 찬반이 뜨거운 사안에 대해서는 찬성이 됐든 반대가 됐든 분명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내 과반 의석의 거대 여당이 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서조차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면 공당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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