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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헌' 1천여명 명예회복 길 열렸다

"3년 전 법원 판결과 달리 모든 긴급조치에 해당"<br>총 589건, 1천100여명 재심서 무죄 보장받을 듯

'긴급조치 위헌' 1천여명 명예회복 길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21일 유신체제하 긴급조치 1·2·9호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1천여명의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1974년 최초 긴급조치 발동 이후 무려 39년 만에 나온 이날 결정으로 그동안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아낼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신반대 시위를 벌이거나 유인물을 뿌리다 당국에 끌려간 인사들은 물론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반정부 발언을 했다가 긴급조치 위반 딱지가 붙었던 사람도 포함된다.

물론 참여정부 시절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명예회복·보상 권고와 앞선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 판결 등으로 이미 재심 판결과 배상을 받은 피해자도 다수 있다.

◇"헌재 결정은 모든 긴급조치 포함" = 이날 헌재 결정은 헌법의 최고 이념인 국민주권주의에 바탕을 뒀다.

정치적 생각을 합법적 집회·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의견이 같은 세력을 규합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긴급조치는 이를 국가안보에 방해가 되는 범죄행위로 간주해 처벌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은 물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국민투표권, 청원권을 제한한 것은 물론 처벌범위가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봤다.

긴급조치 위반자를 군사법원에서 심판한 것은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하나 관심을 끈 부분은 과연 긴급조치를 '법률'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재가 판단하고, 하위규범인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는 법원이 가리게 돼 있어 위헌심사관할권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헌재는 제정형식·명칭이 아니라 규범의 효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긴급조치는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고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법률보다 하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재는 규정했다.

대법원은 2010년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해당 사건에만 효력을 갖지만, 헌재 결정은 모든 긴급조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쟁점은 긴급조치 1·2·9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어떤 헌법을 기준으로 보느냐 하는 점이다.

긴급조치는 1972년 12월 공포된 유신헌법 53조에 기초했다.

만약 위반 기준이 유신헌법이라면 그 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는 당연히 합헌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헌법 해석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에 기초해야 한다"면서 "긴급조치 위헌성을 심사하는 준거규범은 유신헌법이 아니라 현행헌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총 589건…대부분 9호 위반 = 위헌 결정으로 피해자들은 사실상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보장받게 됐다. 명예회복과 함께 형사배상 및 국가 상대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총 589건으로 피해자는 1천1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긴급조치 별로는 1호와 4호 위반이 36건, 3호가 9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9호를 위반한 사건이었다.

기소 사건의 절반가량인 282건(48%)이 음주 대화나 수업 중 박정희 정권·유신체제를 비판한 사례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것이다.

191건(32%)은 유신반대·긴급조치 해제 촉구시위·유인물 제작과 같은 학생운동 관련 사건이었고, 85건(14.5%)은 반유신 재야운동·정치활동, 29건(5%)은 국내재산 해외반출·공무원범죄, 2건(0.5%)은 간첩사건으로 파악됐다.

대표적 피해자인 고(故) 장준하 선생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함께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기로 하고 함석헌·계훈제씨 등과 함께 개헌청원운동을 논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자격정지 12년에 처해졌다.

장준하 선생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3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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