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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조직개편안, 합의했다더니 다시 원점?

[취재파일] 정부조직개편안, 합의했다더니 다시 원점?
타결됐다고, 정부조직법이 타결됐다고, 멋지게 사인한 합의문을 들어보이더니, 어찌된 일인가요?

지난 일요일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하고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0일, 국회 본회의는 개회도 하지 못했고, 오늘(21)도 본회의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합의를 다 해놓고 이제와서 떼를 쓴다고 비판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합의문에 꼼수를 부렸다고 반발합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합의가 위태로워 보였던 건 바로 합의 그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해 법개정을 해야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개정할 내용이 많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잘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 개회 예정이었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장에는 4시가 넘어도 여야 의원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송법과 방통위원회법 개정안을 담은 서면자료만 회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문방위원의 한 보좌관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법조문이 많아 검토할 게 많다면서 시간을 좀 달라고 한다. 오늘 밤까지 내부 검토를 하고 내일 오전에 보자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수요일에 예정대로 정부조직개편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월요일에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조문이 확정되고 화요일에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본회의 전 최종단계인 법사위로 상정이 가능합니다. 법사위에서도 토론의 여지는 있고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법사위에도 적어도 반나절의 시간은 주어야 합니다.  척척 계획대로 되어도 수요일 본회의에 전체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하는 것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화요일 문방위 법안심사소위가 오전이 아닌 오후에 열렸습니다. 그러나 법안소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법조문 검토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새정부 출범 일은 넘겨서야 타결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맡고 있던 방송관련 정책을 가져가게 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로 구성된 방통위가 방송을 맡아야만 정치적 중립, 방송의 공정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방송관련 산업의 영역을 미래부로 옮겨야 산업적 측면에서 정보과학기술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통위가 미래부의 방송관련 정책을 사전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방통위의 권한을 인정하는 선에서 여야 합의는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법조문을 놓고 합의문과 대입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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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합의문은 이것입니다.

4-다-2) 'SO, 위성 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항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다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SO, 위성 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업 등을 허가·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개정시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SO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방송통신위원회 사전 동의 항목이 '허가.재허가'로 돼 있는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해주는 허가에는 '변경허가'라는 게 한가지 더 있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상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은 인수 합병 등으로 변경허가를 받는 경우가 신규 허가나 재허가보다 더 민감하고 잦은 일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조항을 놓고 민주통합당은 '모든' 허가 전에 방통위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변경허가'는 명시하지 않았으니 변경허가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또 마지막 합의문 9항에 '상기기술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새누리당 제출)대로 한다'를 가리키며, 변경허가는 당연히 미래창조과학부가 방통위 사전 동의없이 할 수 있는 소관업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의 합의문은 4-다-6) '방송통신위원회 존치 및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 세부사항은 다음 <표>와 같이 한다'입니다. 이 표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 방통위 조직에 '방송통신융합정책실' 산하 '주파수 정책'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4-다-4)에 '전파·주파수 관련 사항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현행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으로 하고,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으로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부분을 놓고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이 원하는대로, 민주통합당은 민주통합당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의 허가 문제가 쟁점으로 뒤늦게 부각된 겁니다. 설명하자면, 새누리당은 지상파 방송의 인허가업무를 하던 전파방송관리, 주파수 정책이 미래부로 넘어왔으니 방통위는 지상파 인허가에 대해 추천만 하고 최종 허가권은 미래부가 갖는 것이 맞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으로 한다'고 합의했는데, 여기서 관리라 함은 인허가도 포함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어, 모국어로 협상을 하고 합의문을 작성했는데 이렇게 서로 해석이 다른 상황입니다. 민주통합당은 합의문 곳곳에 새누리당의 꼼수가 담겨져 있었다면서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새누리당은 '합의문 대로 하자는데 민주당이 이제와 떼를 쓴다'며 '골치 아프다'는 입장입니다.

참으로,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황당하고 골치 아픕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합의문을 둘러싼 동상이몽에 어이가 없습니다. 이래서 어디 정부조직개편안이 이 달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 문방위의 여야 법안소위 위원들은 새로 생긴 이 쟁점들이 사실상 처음에 정부조직개편안을 표류시켰던 그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자기들 선에서는 합의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방통위에 권한을 더 주든지, 아니면 민주당이 미래부에 권한을 더 주든지 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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