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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할머니 마음을 쥐락펴락…'상조 떴다방' 상술 해부

[취재파일] 할머니 마음을 쥐락펴락…'상조 떴다방' 상술 해부
진화하는 노인 ‘떴다방’

  할머니들은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입니다. 대개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뿐 의심은 잘 하지 않습니다. 한 달 동안 생필품을 거의 공짜로 나눠주고, 항상 친절로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쉽게 그들을 믿습니다.
  할머니들의 이런 약점을 노린 범죄나 상술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홍보관이나 체험방을 차려놓고, 엉터리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파는 사기는 이미 고전입니다. ‘만병통치약 판매’는 처벌이 쉬워 단속도 쉽습니다. 어떤 약이든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유독 만병통치약을 파는 노인 떴다방이 많이 보도되는 건, 처벌도 쉽기 때문입니다.
  노인 떴다방의 기본 조건은 환심을 사는 겁니다. 환심을 사고 나면 무엇이든 팔기가 쉽기 때문이죠. 만병통치약 수법 외에 싸구려 중국산 가전제품을 비싼 값에 속여 파는 수법도 기승입니다. 이 경우엔 ‘만병통치약’보다 처벌이 까다롭습니다. 사기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상대방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보려했다는 의도를 밝히고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금요일(3월 15일) 보도한 노인 상조 떴다방 역시, 시작은 이런 고전적인 상술을 취재하는 거였습니다. 싸구려 가전제품을 70만원에 사온 70대 어머니를 둔 40대 여성 시청자가 정확한 장소를 알려준 게 시작이었습니다. 취재를 할수록 이들의 말엔 지금과는 다른 수법과 상술이 숨어있었습니다.

한 달 째 끝나지 않는 폭탄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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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초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떴다방 취재를 시작할 무렵, 떴다방 영업은 이미 한 달 반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대개 석 달 정도 영업하다 사라지기 때문에 극 성수기나 다름없는 때였습니다. 하루 150여명이 드나드는 330제곱미터 규모의 지하 판매장. 업자들은 할아버지나 젊은 주부는 드나들지 못하도록 밖에서 손님을 골라냈습니다.
  ‘할머니 전용 떴다방’ 고객들은 이미 생필품 폭탄세일에 흠뻑 빠져든 상태였습니다. 오렌지 6개가 천원, 500ml 세제도 천원. 참기름은 공짜로 주고, 훈제 오리고기는 2천원에 살 수 있으니 쏠쏠한 재미에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할머니는 기자에게 떴다방 업자들을 옹호하는 말도 한참 쏟아냈습니다. 일종의 직거래로 마진 없이 한꺼번에 좋은 물건을 가져다주는 좋은 젊은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취직이 어려우니까 일종의 창업을 해서, 이런 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젊은이들이 안쓰럽고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를 읽었는지, 할머니는 혹시나 이상한 물건을 팔면, 요즘 할머니들이 다 알아차린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씀을 듣던 날, 본격적인 영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환심을 샀으니 본론을 꺼낼 때가 된 겁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까지 점심시간을 빼고 다섯 시간. 강의장에선 관혼상제에 관한 상식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인생 자신들이 치른 경조사를 떠올리며 많은 할머니들이 경청했습니다.
  이야기의 끄트머리에 접어들면, 업자들은 장례 문화에 거품이 많다는 주제로 한참을 떠듭니다. 원가가 형편없이 싼 수의를 수십 배 부풀려 받는가하면, 자녀들의 행색을 보고 비용을 부풀린다고 장례식장을 비난합니다. 그걸로 하루 이야기는 끝납니다. 다음 날엔 역시 관혼상제를 주제로 기존 상조업체의 상품이 비싸다고 반복합니다. 다달이 회비를 붓다간 나중에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며 은근히 걱정을 부추기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나흘 관혼상제 강좌를 빙자한 장례식장과 경쟁 상조업체 비방이 계속됩니다. 이 떴다방은 정체가 뭐기에 장례나 상조업을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린 걸까요. 이들 사업자의 정체는 상조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방문판매업체였습니다.

체리피커는 없다…떴다방 상술의 심리학

  이렇게 분위기 조성을 마치고선, 본격적인 상조 영업을 시작합니다. 먼저 저렴하다고 강조합니다. 상조 상품가격은 고인이 화장할 경우 4백만 원 남짓. 솔깃한 건 100만 원 정도만 내면 나머지 300~400만 원의 비용은 후불이라는 겁니다. 장례지도사와 리무진, 수의까지 기존 상조의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고 유혹합니다. 자식들에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고,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황망할 자녀들을 떠올리라고 말합니다.
  취재 도중 만난 할머니의 말씀처럼 요즘 어르신들도 분별력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떴다방에 드나드는 분들 중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좋은 물건만 싸게 사며, 재밌는 이야기만 듣고 가겠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일종의 ‘체리피커’가 될 테니 절대 속일 수 없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 시작된 순간, 상황을 통제하는 쪽은 할머니가 아닌 방문판매업자들입니다. 애초에 구매를 하기 쉬운 상황이 연출돼 있는 겁니다. 할머니들은 한 달간 능숙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따라 3개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루 5시간씩 조장이라는 업자가 할머니들과 유대를 쌓아오는 겁니다. 이들은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온갖 음료를 챙겨주며 반가운 미소와 관심으로 할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실제 상조 영업이 시작되기 전 3개 조장을 통솔하는 리더는 여러 차례에 걸쳐 조장의 안타까운 처지를 강조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박봉에 실적이 떨어져 걱정이 많다며 박수를 유도하는 식입니다. 생필품을 싸게 팔 때 역시 ‘오늘 판매한 실적은 젊은 조장의 축의금으로 전액 지원하겠다’고 조장에게 할머니들의 감정이 이입되도록 하는 겁니다. 마음 약하고 딱한 처지를 외면 못하는 어머님들의 심정을 파고드는 겁니다.
  할머니들은 지난 한 달간 매일 5시간씩 이런 학습 아닌 학습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100만원을 내고 상조 계약을 하라는 판촉이 들어온 겁니다. 이 때 할머니들의 상황은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상조 상품과 비교하기는커녕, 내게 상조상품이 필요한지 따지는 여유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계약을 체결하는 데는 이런 판단 대신 떴다방에서 부여한 조별 실적과 조장의 사정 같은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듭니다.
  이렇게 감정이입으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 업자들이 또 꺼내드는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경쟁’이란 심리적 긴장감입니다. 값비싼 물건을 사주는 할머니에겐 인심이 후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칭송을 합니다. 마이크로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칭찬합니다. 오랫동안 출근도장을 찍고도, 비싼 물건 사는데 주저하는 할머니는 면박을 줍니다. 업자들은 상황을 통제하며 할머니들의 심경을 쥐락펴락하는 겁니다.
  150명의 또래가 보는 앞에서 소비를 조장하고, 소비를 곧바로 평가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떴다방식 상술의 본질인 겁니다. 장례식장과 상조상품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데다, 칭찬과 핀잔의 권력을 가진 업자가 소비를 부추긴다면, 계산적 사고보다는 남의 시선이나 체면을 의식한 결정을 내리기 십상입니다.

위약금만 15%.. 시간 끌수록 업자는 이득

  이렇게 체결한 상조 상품이 비싸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계약금이 무려 25%에 달하는 계약입니다.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법상 상조업자는 방문판매를 할 수 없지만, 방문판매업자에게 위탁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방판업자가 상조 상품을 방문판매하는 것 역시 규제하는 법규는 없습니다. 상당수 상조 계약서엔 이 계약금이 방문판매업자의 영업비로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방문판매업자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계약금이 들어오고, 가급적 청약 철회가 없어야 많은 돈을 버는 겁니다.
  여기서 악덕 상술이 또 등장합니다. 상조상품 방판업자들은 할머니들에게 자녀와는 상의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자식들은 항상 자신들이 하는 일만 옳고, 부모가 한 일은 사기거나 잘못된 거라고 말한다며 호응을 얻습니다. 할머니들만큼 똑똑한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한껏 추어올린 다음, 말해봤자 핀잔만 들을 거라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자기네 말처럼 좋은 상조상품이라면 자녀에게 알리고 상의하면 오히려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텐데, 왜 이런 교육을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계약한 상조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계약서를 쓴 날로부터 14일이 지나면 일단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그 전엔 청약 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위약금이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상 85%는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방문판매업자 이 규정이 반가울 겁니다. 계약을 한 할머니가 업자의 말을 믿고 미적미적 상조 가입사실을 늦게 알릴수록, 15만원의 위약금을 챙길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상조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곳만 3백 곳이 넘습니다. 현재 법으론 상조업체가 파산할 경우 낸 돈의 40%만 보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떴다방식 충동 구매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소비자원은 가족 모두가 장례계획을 세우는 데서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상조 상품을 자녀가 가입은 했는지, 가입할 계획이 있는지 서로 상의하고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만약 사기로 의심이 된다면 국번 없이 1372로 전화를 걸어 피해사례가 있는 업체는 아닌지 상의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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