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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함께 식사하실래요?" 소셜 다이닝을 찾는 이유

[취재파일] "함께 식사하실래요?" 소셜 다이닝을 찾는 이유
웹사이트에 '집밥'이라고 치면 '집에서 먹는 밥' 보다 '소셜 다이닝 집밥'(http://www.zipbob.net)이란 사이트가 먼저 뜹니다. 이름도 생소한 소셜 다이닝. 소셜 네트워크, 소셜 개더링, 소셜 커머스...이런 표현에 추측해 보면 '소셜 다이닝'이란 뜻은 '음식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만남'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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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란 사이트에 들어가면 모임이 줄줄이 게시돼 있습니다. 초기엔 혼자 집에서 밥 먹기 싫은 사람들끼리 일정 시간, 장소에 모여 반찬을 하나씩 가져와 나눠 먹는 식으로 시작했지만, 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주제별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벤쳐 창업으로 고민하는 사람, 연극 같이 보고 싶은 사람, 여행이 취미인 사람, 강남에 있는 30대 직장인...주제는 소소하고 다양합니다. 자세히 알고 싶은 모임을 클릭합니다. 어떤 사람이 와주면 좋은지, 다시 말해 어떤 사람들과 밥을 먹고 싶은지, 언제 어디서 만났으면 하는지, 설명해 놨습니다. '딱 내가 찾던 자리인데!' 이런 생각이 들면 '참여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그럼 끝입니다. 해당 시간에 공지된 대로 준비해 가면 됩니다. 음식을 미리 준비해와야 하는 모임도 있고, 주선자가 도시락을 주문해 돈만 내면 되는 모임도 있습니다. 반대로 누구든 함께 밥 먹고 싶은 사람을 모집할 수도 있습니다.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 중 연극 '좋은 하루'를 보고 연극에 대해 얘기하며 밥먹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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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남짓한 연극이 끝나고 나니, 공연장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습니다. 10명 넘는 관객들이 다시 무대에 들어와 도시락을 받아들고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입니다. 매번 같은 사람이랑 밥 먹기 싫어서, 밖에서 사먹긴 지겹고 그렇다고 집에서  혼자 먹자니 재미없고, 친구나 가족들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자극받고 싶어서...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모두 연극을 봤고, 그 연극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점입니다. 어색하던 분위기는 밥을 먹으면서 편안해지고, 연극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기도 합니다.

친구와 연극을 보고 밥을 먹었다면, 연극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 보다는 친구와 나의 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모임 만큼은 연극 얘길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연극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하게 됩니다. 친구와 나누는 사생활 얘기도 물론 좋습니다. 가족들과 나누는 따뜻한 밥상도 좋지요. 하지만 오늘은  갑자기 연극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친구들 가운데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그 친구가 그날 그 시간에 나와 연극을 볼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럴때 SNS를 통해, 웹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만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누는 게 이상해 보이진 않습니다.

소셜 다이닝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임에 여러차례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낯선 사람과 밥을 먹는게 생각보다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밥은 편안한 사람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벤처 창업, 여행, 공연 등 인기가 많았던 모임은 속칭 '앵콜'되면서 2차, 3차례 다시 모임이 생기기도 합니다. 기존에 참여한 사람들이 또다시 참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얘기를 나눕니다. 이들 앞엔 그저 음식이 놓여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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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미팅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앞세운 소개팅이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이런 리플이 달린걸 봤습니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번 참여해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소셜 다이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로워서' 모임에 나왔다고 말합니다. 친구가 없어서, 애인이 없어서, 가족이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과는 좀 다른, 그야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픈 요즘 세대들의 자화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밥 한번 먹자'는 한국 사람들의 빈 말에 서운해 하거나 그 말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밥 한번 먹으면서 더 가까워 지고픈 사람들'끼리 모여 제대로 한번 소통해 보자는 의지도 느껴집니다. 낯선 사람과 낯설지 않게, 함께 식사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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