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계기관 장관들이 내세우는 말입니다.
이번 대림산업 여수 화학공장 폭발사고 현장을 찾은 신임 방하남 노동부 장관도 "종합적인 사전 예방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몇차례나 강조했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문제의 대림 여수공장은 지난해 6월에도 똑 같은 사일로(저장탑)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폭발이 일어난 사일로 바로 옆에 설치돼 있던 사일로 2기에서 난 겁니다.
조사 결과 사일로 안에 있던 유기성 가스가 팽창하면서 폭발한 겁니다.
사고 뒤 노동부 여수지청 등 관계기관에서 지난해 11월 공정안전 보고서 이행실태를 점검했는데 14건이 적발됐지만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거나 협력업체 지침도 준수하지 않는 등 9건이나 위반했습니다.
대형 폭발이 일어난 뒤에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것도 문제인데 처벌은 1건당 10만원씩 90만원의 과태료가 고작이었습니다.
완전히 솜방망이 처벌이었던 셈입니다.
-사업주의 시정 조치 무시와 행정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의 합작품이 8개월여 뒤에 이번 폭발사고로 재연된 셈입니다.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한 명백한 인재죠.
지난 14일의 사고도 사일로 폭발이었습니다.
사일로 폭발은 크게 '가스 폭발'과 '분진 폭발'의 두 종류라고 합니다.
작업 인부들은 사일로에 남아 있던 잔류가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용접 작업을 하다 온도 상승 등의 이유로 폭발이 일어 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사일로 안에 있던 분진에 의한 폭발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 폭발이든 분진 폭발이든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일어난 인재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폭발한 사일로 주변을 살펴 보면 곳곳에서 '분진 폭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브리핑 과정에서 사일로 안에 있던 가스를 빼내는 퍼지작업을 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분진 폭발에 대비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사고 당시 하청업체는 사일로에 작업 인부들이 드나 들 수 있는 직경 60센치에 두께 2센치의 맨홀 구멍을 만드는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용접 과정에서 온갖 분진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사전 물 청소를 하거나 물을 뿌려 분진을 가라 앉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고 발생 몇 시간 전에 사일로와 연결 배관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려 하청업체 관계자에게 알렸다는 생존자 진술도 나왔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질소 주입 배관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것은 사측 주장과 달리 퍼지 작업(가스 제거작업)이 계속 진행중이었거나 사일로에 잔류가스가 남아 있다가 용접작업으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팽창해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업인부들은 이 모든 과정이 정기 점검 기간을 단축해 조업을 빨리 시작하려는 대림산업측의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업 인부들은 폭발사고에 대비한 어떠한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점검 전 사전 10일동안 준비작업을 하면서 가스제거 작업을 하면 모든 다른 작업을 중지하는데 그런 중지 기간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측과 하청업체의 안전 조치 결함에 의한 인재사고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 정상적인 하청관계 또한 큰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사고 노동자 대부분은 하청업체와 한 달간 계약을 맺은 초단기 계약직 인부들이었습니다. 하청업체는 분야별로 재하청 형태로 인부들을 고용한 겁니다.
당연히 재하청 직원들은 전체 작업 상황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됐고 심지어 용접작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인부들은 정기점검 기간 단축을 위해 매일 밤 10시까지 야간작업을 해 왔습니다.
또 사일로 가스 제거 작업을 이틀만에 급하게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형 폭발사고 이후에 노동부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위험성 평가' 를 받지 않았고 협력업체(하청업체) 문제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관계기관은 과태료 90만원에 면죄부를 준 셈이고요.
공무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법 적용을 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면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을까요? 원청업체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면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받고 원청업체는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가 발급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느슨한 법적용은 또다른 대형사고를 부른다는 사실은 경험법칙입니다.
-신임 방장관은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했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제발 말한 대로 실천해 봤으면 합니다.
-아울러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대림산업의 문제 사일로는 만든지 25년째라고 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해와 올해 연달아 사고가 터졌는데 노후 설비 문제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사일로의 수명은 별다른 법적 규정이 없다고 합니다.
사일로 두께만 일정하게 유지되면 얼마든지 가동해도 된다는 것인데 과연 그래도 되는지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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