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 수입니다.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매년 70명이 넘는 초등학생이 교통사고로 가족과 친구들 곁을 허망하게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 중 67%가 보행중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5년동안 243명의 아이들이 길에서 걷거나 뛰다가 차에 치여 허망하게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습니다.
자료 : 도로교통공단
전문가들은 뛰는 아이들의 행동특성에 주목했습니다. 아이들이 뛰는 건 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본성입니다. 실제로 취재 때문에 방문한 초등학교 앞 도로는 아이들의 운동장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혼자서도 뛰고, 친구가 뛰면 따라뛰고, 먼저간 친구와 함께 가려고 뛰고, 다들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주변을 살피고 조심히 건너야 하는 신호등에서도 보행신호가 바뀌자 마자 쏜살같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이뻐보이면서도 위험해 보였습니다. 특히 이런 주위를 살피지 않고 뛰는 행동은 저학년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통계자료에서도 저학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많았습니다.
자료 : 도로교통공단
운전자들의 '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오토바이들은 그냥 쌩하고 지나가고,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건너는 오토바이도 있었습니다. 승용차 운전자들도 정지선을 지나 급정거 하거나 아직 보행신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출발했습니다. 학교앞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속도인 30km/h를 지키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통계자료에서도 교통사고 가해자들의 대부분이 단순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아이들을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자료 : 도로교통공단
학교앞 이면도로나 주택가의 불법 주정차해 놓은 차들도 문제입니다. 아이들에겐 이 곳도 위험한 도로이기보다는 놀이터이기 때문에 뛰어다며 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불법 주정차된 차들 사이로 아이들은 갑자기 뛰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불법주정차 차는 운전자들의 시아를 가려 갑자기 나오는 아이를 발견하기 어렵게 합니다. 뛰어나오는 아이, 차에 가려 보지 못한 차. 결과는 사고입니다. 아이들의 뛰는 행동특성과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의 습성이 아이들 교통사고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윱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운전자와 아이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불법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겁니다. 그런데 다 알면서도 잘 안지켜집니다. 의식을 개선한다는 건 시간이 오래걸릴 수 밖에 없는 일이고, 항상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단속 강화하려면 인력과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말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부분임을 틀림없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노력과 함께 의지만 있으면 당장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일단 횡단보도의 안전을 위한 제안입니다. 신호등 신호주기를 조금 조정해 보는 겁니다. 아이들은 보행신호가 떨어지자 마자 주위를 살피지 않고 달려나갑니다. 하지만 차량은 정지신호가 들어오는 직전 정지하기 보다는 빨리 지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납니다. 그러니 차량 정지신호가 들어오고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들어오는 시간 사이를 조금 늘리는 겁니다. 현재 신호체계안에서는 차량 정지신호 후 보행자 보행신호가 들어오는 데 들어오는 시간은 2초 정도입니다. 이 시간은 조금만 더 늘린다면 최소한 아이들의 횡단보도 사고만은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지 위한 적극적인 제안과 과감한 시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