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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② 여러분이 드시는 고기, 과연 안전할까요?

[취재파일] ② 여러분이 드시는 고기, 과연 안전할까요?
불법도축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
이렇게 불법도축이 계속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축산업자들 입장에선 소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갔는데, 도축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축을 도축하기 전엔 수의사 검사관이 이 가축을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지 검사하게 됩니다. 그 검사에는 이 가축이 살아 있을 때 각종 전염병 검사를 제대로 받았는지, 지금 건강상태는 이상이 없는지, 질병에 감염됐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는지 매우 꼼꼼하고 세밀하게 진행됩니다. 심지어 고기를 도축하고 나서도 가축의 간이나 심장, 신장 같은 장기를 실험실로 가지고 가서 정밀검사까지 다시 거치게 됩니다. 만약 이 검사를 통하지 못하면 축산업자들은 소 한 마리 값에 사료 값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최소 5백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불법도축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부의 허술한 단속도 문제입니다. 지난달 저희 SBS 취재팀은 위생이 불량한 도축장 실태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 고기를 바닥에 '질질' 도축장 가보니(박현석 기자/2월 6일)        

보도 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의 79개 도축장에 대한 특별 위생 점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적발 실적은 미미했습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만난 도축업자는 단속정보가 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도축업자들끼리 다 미리 연락해서, 그 도축장에 언제 갈 거 같다. 미리 준비해라 이런 정보를 주는 거죠. 어차피 수의사들이 상주하는 낮 근무시간에는 절대 불법도축 못합니다. 결국, 새벽 일찍 혹은 밤늦게 하던 도축작업만 안 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도축검사원 수가 부족한 것
지난 2008년, 미국 소고기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입니다. 주저앉는 소 다우너의 영상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습니다. 그때 미국 농림부에서 도축검사관으로 일하고 있던 제 미국친구가 이런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국인들이 불안해하는 감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너희 나라에서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다우너를 잡아낸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 너희 나라의 도축검사관은 우리나라의 검사관 수의 1/3~1/4 수준이다. 난 너희 나라의 도축검사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낫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그 친구와 엄청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의 지적도 한편으론 맞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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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나라 도축장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는 평균 2~3명입니다. 하루에 수백 마리의 가축을 모두 다 꼼꼼하게 검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축 한 마리를 도축하려면, 이 가축이 과연 생전에 관련 검사들을 제대로 받아왔는지 많은 양의 서류를 검토해야 하고, 가축 한 마리 한 마리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도축 후에는 장기 등을 검사해 위험한 가축은 걸러내야 합니다. 어느 도축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인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소 30두 당 검사관이 1명이 붙는 게 원칙이다. 우리가 점검한 도축장에서 하루 평균 350마리의 소를 도축하니, 그렇게 보면 벌써 검사관만 12명이 붙어야 한다. 새벽 6~7시부터 도축검사를 해도 그렇게 많은 가축을 다 제대로 검사하는 게 과연,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법. 결국, 도축검사관의 수를 늘리고 경찰 등과 연계한 불시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하인리히 법칙-1대 29대 300’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법칙’ 가운데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H.W. 하인리히가 고객 상담을 통해 사고 내용을 분석한 추출한 ‘1대 29대 300’의 법칙을 말합니다. 이는 하나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그와 유사한 29번의 경고성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선 3백 번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는 추론을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얼개는 간단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라는 속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사고든, 그것이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예후가 있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전 이 ‘하인리히 법칙’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이미 불법도축은 축산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간혹 불법도축을 하던 축산업자들이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포함해서, 어쩌면 이런 사건들은 하나의 큰 대형 사고에 앞서 나온 경고의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부 시청자께선 “우리 때는 고기가 없어서 못 먹었다.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라.” 이런 의견을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전학-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보면,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광우병이 우리 인류를 공포로 몰고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진행된 유전적 변화가 몇 세대 뒤에 나타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불법도축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관계 당국의 철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정규식 경북대 수의대 교수(병리학교실)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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