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는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와 뉴멕시코 등 4개 주의 소 경매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소들이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영상은 결국,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BSE) 파동으로 이어졌고,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는 도화선이 됐습니다.
국민이 주저앉은 소(일명 다우너, Downer)를 보고 화가 난 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입니다. 1. 소가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다. 2. 이건 소가 건강하지 못하고, 어떤 질병(특히,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3. 우리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고기를 먹으면, 우리도 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촛불을 들게 된 것입니다.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해, 우리가 고기로 섭취하는 모든 가축은 전문가들(수의사)의 검사를 거치게 됩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란 구어 아래, 가축이 태어나서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검사대상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가축이 살아 있을 때는 혈액검사 등을 통해 해당 가축이 전염병에 걸린 건 아닌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게 됩니다. 또, 도축 전엔 수의사들이 가축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되고, 도축 후에도 가축의 장기들을 정밀 검사해 고기가 식용으로 가능한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얘기했던 주저앉은 소 등은 도축불가 판정을 받고 폐기처분됩니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 안전한 고기만 우리가 먹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정상적인 검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굳이 ‘광우병’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결핵, 브루셀라 등 동물이 걸리는 질병의 70%는 사람도 같이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입니다. 그 종류만도 120가지가 넘습니다. 이런 질병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고기를 먹는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병든 가축들에겐 다량의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이 투여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렇게 정상적인 도축검사를 거치지 않은 고기를 먹게 된다면, 우리도 모르는 새 이런 약물들이 우리 몸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불법도축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행 중인 불법도축
서론이 제법 길었습니다. 지난 1월, 우연한 계기로 제보자 한 명을 만났습니다. 제보자는 제게, 불법도축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도축장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처음 제보자 얘기를 들었을 땐 긴가민가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 야산 등에서 한두 마리씩 불법적으로 도축하는 때도 있지만, 대규모 도축장에서 불법도축이 이뤄진다는 건 믿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제보자가 지목한 도축장을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약 3개월에 걸쳐 그 도축장을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이 도축장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관련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불법도축 과정은 은밀했지만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중개인격인 유통업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는 소, 이미 죽은 소, 나이가 많아 더는 우유를 생산할 수 없는 젖소들을 모아 이 도축장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도축검사관이 출근하기 전이나 혹은 퇴근한 뒤 불법도축을 일삼았습니다.
불법 도축과정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위생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건 물론이고, 심지어 가축에게 물을 주사하기도 했습니다. 가축이 죽으면 몸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사후강직)이 발생합니다. 또 주저앉은 다우너 소 같은 경우는 다리를 펼 수 없어 그 부위 혈액이 굳는 응고현상이 발생해 근육이 시커멓게 변합니다. 제가 만난 도축업자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혈관에 고압의 주사기로 물을 넣어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혈관으로 들어간 물이 응고돼 있던 혈전을 밀어내게 되고, 그 상태에서 바로 냉동보관하면 근육 안에 물이 얼어붙으면서 선홍색의 신선한 고기로 바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불법 도축한 고기는 결국 우리 식탁으로
이렇게 불법 도축된 고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런 고기들이 우리 밥상에까지 올라왔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유통업자들의 동선을 따라 수차례 다녀봤습니다, 또, 이들을 설득해 어렵게 직접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타깝게도 이런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고기들이 우리 밥상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등을 거쳐 다른 정상적인 고기들과 함께 섞여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한 유통업자는 자신 있게 얘기했습니다. “껍데기 벗겨서 다른 고기와 섞어서 넘기면, 절대 불법 도축된 고기인지는 알 수 없다.”
[취재파일] ① 여러분이 드시는 고기, 과연 안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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