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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돌보미 서비스, 월 평균급여 78만 원의 오해와 진실

엄중한 기사 쓰기

[취재파일] 아이돌보미 서비스, 월 평균급여 78만 원의 오해와 진실
오늘은 지난 1월 31일에 제가 한 뉴스 리포트에 대한 취재파일입니다. 아이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에 관한 리포트였는데, 제목 때문에 많은 오해가 있었고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취재 경위를 밝히고, 기자로서 제가 잘못한 부분은 어딘지, 왜 오해를 샀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취재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돌봄노동 종사자 직무만족도 제고방안] 연구보고서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양육 돌봄서비스 종사자 346명을 전화나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조사했더니 월 평균 임금이 78만 원이었고 65.6%는 양육 돌봄과 무관한 서비스 제공 경험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로 다뤄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를 통해 돌봄노동 종사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평균에 비해서 월 급여는 높았습니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돌봄노동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 78만이라는 점과 아이 돌봄 외에 청소나 빨래 같은 다른 가사도 해야 하는 현실, 4대 보험 가입률이 8%에 불과하고 경력 산정이 안된다는 등 돌봄노동의 허점을 전하는 데 무리는 없다고 봤습니다. 민간업체에서 알선해주는 돌봄 노동자는 월 15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전화통화해보니 160만 원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취재 뒤 "돌봄노동 월 78만 원, 박봉에 운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죠. 내 맘대로 기사를 쓴 것도, 터무니없이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사 자체는 건조하게 썼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기사에 "...꼬박 12시간 일하지만 급료는 시간당 6천원 꼴.."이라고 썼습니다. 보고서에 있는 것처럼 '12시간 일하지만 월급 78만원'이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취재에 응한 돌봄노동 종사자의 월급이 78만 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의 월급은 더 많았습니다. 실제로 하루 12시간씩 주 5일 일하는데 시간당 6천원이면, 한달에 20일로 계산할 때 140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평균 급여가 78만원으로 낮아진 건 하루 근무시간이 12시간보다, 8시간보다 적은 분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방송을 탄 제목이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 78만원"이었다는 겁니다. 편집부에서 좀 더 '강력한' 제목을 단다고 단 게 사실과 다른 제목이 돼 버렸습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다음날, 여러 경로를 통해 기사를 본 분들이 항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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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일부 메일 내용을 발췌한 것)
...

아이를 낳고 18개월 동안 키우면서 2-3차례 육아도우미 구인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12시간 일하고 78만 원 받는 사람. 절대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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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시세에 1/2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아이돌보미를 채용할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어제 기사 내용은 너무나 현실에 동떨어져서 제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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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취지는 아마도 노동 안정성 인권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되는데 헤드라인, 앵커분 멘트 들으면서 너무나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도의 부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 공백과 허점들을, 마치 아기 엄마들이 베이비시터 분들한테 형편없는 대우를 하여 잘못 되는 것 처럼 호도되어 공중파 뉴스로 방영된다면,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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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제대로 알아보시고 취재하신겁니까?
기자님 아이 없으세요? 아님 주위에서 듣는 말도없으십니까?
..
소개업체에 전화한통화해서 알아보시면 쉽게 알수있는것을 제대로 확인도 안해보시고 이런 어이없는 기사를 내시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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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낸 분들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네티즌들의 어휘는 가차없었습니다. 네이버 기사에만 댓글 1200개.. 내 기사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의견도 많았습니다.

뉴미디어부에 연락해 기사 제목을 바로 수정했습니다. 또 댓글에 답변하기는 어려웠지만 메일에는 답장을 썼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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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평균 임금이 이렇게 조사된 이유는 아마 다소 편중된 대상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 하루 8시간 혹은 12시간씩 일하는 분들 외에 더 적게 일하는 분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기에 평균 임금은 체감하시는 것보다 적게 나왔을 겁니다.
...
전국에 양육 돌봄노동 종사자가 8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80% 이상이 영리업체나 소속 없이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저도 주변에 육아도우미 고용하신 분들 여쭤봤고 이런 업체에도 문의했더니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8시간 근무에 기본 160만원을 부르시더군요. 주5일 기준으로요. 시간이 늘어나거나 아침 일찍 오시라고 하거나 주말에도 오신다거나 하면 점점 비용은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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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양육 돌봄노동 종사자 8만 명 가운데 약 80%는 민간회사에서 일하고 공공 쪽은 20% 미만입니다. 그런데 여성가족재단의 조사 대상자는 공공이나 비영리가 60% 이상이었습니다.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실태조사가 돌봄노동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에게도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노동자로서 지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짚었기 때문에 기사화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나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접근하는 방식이나 처리 과정이 세심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후과가  이렇게 반영됐습니다. 어느덧 기자로 일한지 10년째를 맞았는데 여전히 하나하나가 어렵고 또 무겁습니다. 그런 걸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또 실수할 수는 있겠지만 잊지 않고 참고하기 위해 공개기록으로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와중에 잠깐 웃음을 줬던 상황,

"아이돌보미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 78만원",

이걸 '아이돌 보미'로 생각해 클릭했던 이들이 많았나보네요...
(에이핑크라는 걸그룹에 보미라는 멤버가 있다고 한다)
대충 보니 1200개의 댓글 중 한 80% 정도는 그렇게 낚인 이들.

여기에 대해서도 해명해야겠습니다. 그럴 의도 없었습니다.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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