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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 서열 싸움…학교 속 '교실의 법칙'

학기 초에 서열 싸움…학교 속 '교실의 법칙'
<앵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 지 이제 보름쯤 됐습니다. 친구 얼굴 익히고 사귀어야 할 이 때, 오히려 학교폭력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서열 정하기 싸움'입니다.

김종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업이 끝난 중학교.

인터뷰를 기다리던 취재진 앞으로 붉은 점퍼를 입은 학생이 걸어나옵니다.

그런데, 뒤따라 오던 아이가 이 학생 가방을 세게 끌어당깁니다.

뿌리치는 친구 가방을 계속 당기는 아이.

이 아이들을 따라갔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예닐곱 명 되는 아이들이 길 한가운데서 붉은 점퍼 학생을 에워쌉니다.

[어, 야! 밀어? 야, 죽을래?]

필사적으로 빠져나온 친구를 끝까지 쫓아가더니 길가로 밀어냅니다.

당하던 아이가 실내화 주머니를 세게 휘두르며 저항하자 기다렸다는 듯 싸움을 시작하려는 남학생,

[XXX가 먼저 쳤어!]

누군가 말리기는커녕 친구 괴롭히는 광경을 보기 위해 십여 명이 더 몰려듭니다.

아이들을 불러세웠습니다.

[괴롭히던 학생/중학교 1학년 : (누가 때렸어, 친구를?) 몇 대 때리고 (인터뷰) 시작해도 될까요?]

괴롭히는 아이는 맞는 아이를 왕따라고 말합니다.

[바보 같고요, 싸움도 못하고요, 별 볼 일 없는 애예요. 잘하는 게 없어요. (그래서 친구가 마음에 안 들었어?) 네, (때리려 했는데) 도망치더라고요.]

아이들은 모두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신입생.

새로 만난 친구를 사귀기보다 서열싸움에 더 열중합니다.

얕보이면 왕따가 되고, 기선제압에 성공하면 이른바 잘나가는 친구가 됩니다.

[중학생 : (싸움이 나면 왜 나요?) 서열 가리려고요. 싸워서 이기면 일짱이다, 뭐 이렇게.]

기 싸움에서 밀린 학생은 학교생활이 괴롭다고 털어놓습니다.

[왕따 당하는 학생/중학교 1학년 : (뭐가 제일 힘들어요?) (가만히 있어도) 먼저 시비를 거니까, 자꾸 말싸 움도 하게 되고.]

경찰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10명 남짓 상담원들이 쉴새 없이 걸려오는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김명희/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상담원 : 울었어요? 많이 아팠어요, 아까? 맞아서? (무슨 내용이었나요?) (왕따 당하는) 친구를 발로 때리고 한 사건이라서 되게 애가 많이 아파하면서 (신고했어요.)]

지난 2일 전국 학교가 개학한 이후로 매일 이처럼 117 신고전화가 폭주하는데, 하루 224건, 지난 열흘간 모두 2,300건 학교폭력이 접수됐습니다.

[임연희 서울지방경찰청 117신고 센터 경장 : 남자애들은 힘 싸움 같은 거 많이 하는 것 같고, 여자애들은 왕따 같은 서로 따돌리는….]

경찰과 교육부, 대통령까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과 같은 아이들의 교내 서열 다툼은 갈수록 어른들 세계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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