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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싼 아웃도어 옷, 이렇게 관리하세요!

[취재파일] 비싼 아웃도어 옷, 이렇게 관리하세요!
고어텍스는 미국의 빌 고어라는 사람이 만든 최첨단 소재입니다. 빌 고어가 1950년대 듀폰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 고어텍스의 소재가 되는 PTFE(polytetra­fluoroethylene)의 잠재력을 간파해버립니다. 이 말랑말랑한 석유화학 소재에 좀 열을 가해서 폈더니 제곱인치당 80억개가 넘는 구멍이 아주 촘촘히 뚫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이 구멍은 물 분자보다는 2만배가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는 7백배가 더 큽니다. 물은 막고, 습기는 내보내고...고어텍스의 핵심기능인‘방수투습‘이 여기서 탄생합니다.

빌 고어는 듀폰사에 이 소재의 잠재력을 알렸지만, 듀폰사는 넝쿨째 들어온 호박을 걷어 차버렸습니다. 빌 고어는 1958년 짐을 싸고 듀폰사를 박차고 나와 버렸고, 자기 집 차고에서 부인과 함께 추가 개발 작업에 들어갑니다. 결국 상품화에 성공했고, 방수투습 기능을 살린 원단은 우주복 소재로 쓰이고, 군용으로도 사용됩니다. 또, 사람의 피부하고 가장 유사하다 하여 각종 의료용 보형물로도 쓰입니다. 승승장구한 빌 고어의 회사는 이제 1년에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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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웃도어 시장도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올해는 6조원 대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싼 고어텍스 옷이 집집마다 한두 벌씩 있을 정도로 인기도 좋습니다. 이 비싼 고어텍스 의류들이 본격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비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도 즐겁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고어텍스 의류를 어떻게 관리하면 잘 입을 수 있는 조그만 팁을 드려보겠습니다.

고어텍스 의류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옷 겉감이 고어텍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새 옷을 샀을 때 물방울이 겉감 위로 도르르 굴러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아 이게 고어텍스 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고어텍스는 그 안에 있습니다. 고어텍스는 촉감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피부와 직접 닿는 안감으로도 쓰지 않고, 겉감과 안감 사이. 그 속에다 집어넣습니다. 별것 아닌 상식 같습니다만, 고어텍스 관리법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겉감에 흠이라도 날까봐 빨래도 안하고, 빨더라도 금이야 옥이야 손으로 조심조심 하셨던 분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어텍스 의류는 안 빠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옷에 묻어 있는 미세한 먼지들이 습기 구멍을 막아버려 투습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아웃도어 의류들의 겉감은 고어텍스가 아니기 때문에 세탁기에 넣고 그냥 돌려도 됩니다. 그래도 너무 크게 상처나지 않게 세탁망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단, 섬유유연제는 사용을 금합니다. 섬유유연제 있는 성분이 옷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합니다. 이 막은 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까지 막을 수가 있어서 역시 투습기능을 떨어뜨릴 수가 있습니다.

  빨래를 하고 난 뒤에는 탈수를 한 뒤 발수제를 뿌려줍니다. 발수제는 인터넷 등에서 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데요. 옷 겉감의 방수기능을 살리는 게 발수제입니다. 고어텍스 자체에 방수기능이 있지만, 문제는 옷 겉감에 방수기능이 사라졌을 때 그 아래에 있는 고어텍스의 투습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설명을 덧붙이면, 처음 샀을 때 물방울이 굴러 내려가며  완벽하게 방수되던 옷이 입다보면 빗물이 그냥 옷에 흡수되는 상태로 변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을 텐데요. 빗물이 겉감에 흡수가 되도 고어텍스는 그 아래에서 방수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겉감에 빗물이 흠뻑 젖은 채로 남아있게 되면 땀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막히게 됩니다. 이 상태는 그냥 방수재킷 입고 있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겁니다. 발수제를 겉감에 뿌려주면 원래의 방수기능이 살아납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복원됩니다. 겉감에서 물방울이 옷에 흡착되지 않고 내려가면 고어텍스는 원래의 ‘투습’기능을 살릴 수가 있습니다. 발수제 사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환기가 되는 곳에서 탈수된 옷에 흠뻑 뿌려주면 됩니다.

  발수제를 뿌리고 나면 그냥 말려도 되지만, 발수제를 원단에 흡착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열을 가해야 하는데요. 세탁기 건조기능을 활용해도 되고, 스팀다리미로 옷에 열을 가해도 됩니다. 이것도 안 되면 헤어드라이어를 약한 온도로 놓고 옷을 말려줍니다. 여기까지 잘 마치면 고어텍스 재킷이 훌륭하게 되살아나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른 뒤에 옷에 좋은 냄새 내겠다며 탈취제 같은 것은 뿌리면 안 좋습니다. 어렵게 뚫어놓은 투습 구멍을 탈취제가 또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빨고 난 뒤 또는 고깃집 같은데 다녀와서 냄새 난다고 ‘00리즈’같은 것 뿌리지 말고 그냥 두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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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어텍스를 어떻게 하면 잘 입을 지, 어떻게 하면 기능을 되살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고어텍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바로 비싼 가격입니다. 고어텍스의 전 세계적인 독점적 지위는 50년 가까이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업체들이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하고 있지만, 고어텍스의 지위는 오히려 더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고어텍스는 비쌉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고어텍스는 비싼데 특히 우리나라가 더 비쌉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에 대해 가격 담합 여부가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지나치게 아웃도어 의류 등이 비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랬더니 업체들은 우리가 비싸게 받는 게 아니라 원단이 비싸고, 백화점 임대료가 비싸고, AS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조사는 진행 중인데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났으면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 고어텍스 의류는 역시 비싼 가격에 팔릴 겁니다. 고어사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지 않은 한 비싼 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격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도 없는 만큼 우선 그렇게 어렵지 않은 관리법을 잘 익혀서 오래오래 입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대응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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