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대모'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제도권 정치의 시험대에 올랐다.
수치 여사는 지난해 4월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하원 의원에 당선돼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으며, 오는 2015년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근에는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제 1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으로 재선돼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민주화 투사에서 현실 정치인으로의 변신 요구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수치 여사는 이를 의식한 듯 14일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얀마 최대의 시위· 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미얀마 군부와 중국이 합작으로 개발중인 광산의 확장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북부 모니와를 방문해 주민들과 광산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광산은 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수용하고, 환경을 훼손해 사업 중단 요구가 거센 실정이다. 2011년 테인 세인 대통령이 민주화 개혁을 시작한 뒤 가장 심각한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현장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인체에 화상을 일으키는 백린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안전을 염려한 당의 만류 속에 현장을 방문한 수치 여사는 모니와 마을에서 비난과 환영의 양갈래 반응을 만났다.
토지를 헐값에 몰수당한 주민들은 수치 여사가 이 광산 개발을 저지해주기를 바랬다. 수치 여사는 그러나 국가 경제개발에 필수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광산 개발이 계속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토지 보상가격을 다시 책정하고, 일부 토지를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며,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개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치 여사는 이런 권고를 지난 12일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에 보고서로 제출했으며, 미얀마 정부는 위원회를 구성해 권고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치 여사가 광산 개발을 중지시키지 않고 찬성한 데 대해 "여사의 보고서는 우리의 여망을 저버리고, 정부 편을 들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는 "우리가 믿었던" 수치 여사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마치 고위 관리처럼 거만한 태도를 취했다고 비난했다.
수치 여사 역시 입장을 굽히지 않고 "나는 (주민들이 환경보존을 주장하고 있는) 렛파다웅산이 아니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주민들은 원하는 것을 내가 대신 해주길 바라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정치인은 반대를 무릅쓸 용기를 가져야 하며, 인기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NLD의 한 간부는 주민들이 보고서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시위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선동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치 여사의 단호함에 대해 NLD 일각에서는 "여사의 의도는 좋았지만 마을 주민들을 경청하고 설득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최근 1-2년 새 미얀마 정부로부터 탄압이나, 무력 공격을 받아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로힝야족이나 카친족 문제에 대해 수치 여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수치 여사는 또 지난 수십년 동안 미얀마를 통치해온 군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수치 여사는 이달초 NLD 의장으로 재선된 직후 "군과 국민의 관계가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과거에 그것은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도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NLD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외국국적 자녀를 둔 국민의 대선 출마를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개헌을 위해서는 의회의 75%가 찬성해야 하나 현재 의회는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수치 여사는 영국 국적의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수치 여사의 대권 가도에는 군부의 협력이 필수불가결인 셈이다.
수치 여사가 제도권에서 과거 민주화 투사의 순수함을 잃고 현실 정치에 타협할 것인지, 개혁 개방의 급격한 변화 와중에 복잡한 이해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방콕=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여사, 제도권 정치 '시험대' 올라
해외합작 광산개발 반대 시위현장 찾았다가 항의 직면<br>수치 여사 "외국인 투자 필요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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