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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막전 막후의 진실은?

[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막전 막후의 진실은?
 지난 13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추기경들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끝났고, 새 교황이 선출된 겁니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그는 방'이란 라틴어인데요, 일단 콘클라베에 들어가면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화재 등 어떤 일이 생겨도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콘클라베는 생소한 용어이긴 한데,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 방식이 논의될 때인데요. 두 사람이 여론조사 방식 아니라 막판 담판을 벌여 단일 후보를 뽑는 방식, 그러니까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통 크게 양보하는 그런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죠. 그렇게 됐다면 단일화의 감동은 커겠죠. 물론,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돼버렸지만요. 결국 단일화 룰 협상이 지리하게 또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난항을 겪다가 결국 안 전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끝나버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단일화 과정이 새삼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단일화 막전 막후의 진실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겁니다. 도화선은 민주통합당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의 발언이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문재인 전 후보에게 민주당에 입당할테니 후보직을 양보하라고 했고, 문 전 후보는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교수는 양 캠프 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안 전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문 전 후보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문재인 캠프의 한 주요 인사는 제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시 안 전 후보 측이 민주당 입당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다"라고요. 그러면서 "민주당 원로 그룹에서 안 전 후보에게 '안 전 후보가 민주당 입당을 비공식적으로라도 약속하면 단일화 과정에서 '어드밴티지'를 주겠다'고 제안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전 후보 측은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에게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대선 평가를 하면서 문재인 캠프에게 일방적으로 대선 패배 책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의 대선자문단으로 활동했던 경력도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총선과 대선 모두 패배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특히 당시 책임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문재인 캠프에서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만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재인 캠프 인사가 "단일화 직후 안철수 전 교수 측이 문 후보 측에 안 전 교수를 '미래 대통령'으로 표현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그런데, 지난 11일에 문재인 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다시 주장했습니다.  홍 의원은 "우리가 이런 요구를 들어 주지 않자 안 전 후보 측이 문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단일화 막전 막후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된 겁니다. 문 캠프의 다른 인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우리 쪽과 안 캠프가 단일화 이후 협의를 했는데, 두 차례 협상팀이 바뀌고 세번째 협상팀이 합의를 이뤄낸 뒤  안 전 교수가 문 전 후보를 돕기 시작했다. '미래 대통령' 표현 요구는 첫번째 안철수 캠프 협상팀이 제시했다. 우리는 '정치적 딜'로 비칠 수 있어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철수 진영에서는 안 전 교수가 직접 나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안 전 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재보선 출마 지역구인 노원 병 주민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겠습니까."라고. 지난 11일 귀국 회견에서는 "협상과정에서 다양한 안들이 이야기됐지만, 세부 사항을 지금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요.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면 재보선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차단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안 전 교수 측은 "지난 선거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제일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문 캠프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안 전 교수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어서는 순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비주류 진영은 친노 주류 진영이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당내 입지가 위축되는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해 견제구를 날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친노 주류 측이 안 전 교수와 각을 세우면서 5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다시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공방이 쉽사리 가라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문재인 전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은 "단일화 당시 비화를 담은 비망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과정의 내용을 적은 문건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망록 작성은 언제가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개할 수도 있다"며 "안 전 교수 측의 대응을 지켜 보겠다"고 했습니다. 단일화 진실 공방의 제 2라운드를 예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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