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그린 소극장은 1996년에 문을 연 이래 17년 동안 5천 회가 넘는 공연을 열어온 소극장으로 김민기 씨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보금자리였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과 뮤지컬 ‘의형제’가 이 공연장의 주요 레퍼토리였으며, 뮤지컬 ‘모스키토’와 장진 연출의 연극 ‘허탕’이 초연됐다. 안치환 콘서트, 들국화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빨래’가 공연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공연장을 다녀간 관객은 7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홈커밍데이’처럼 학전을 거쳐간 여러 세대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기는 분위기는 사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2000회, 3000회 공연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도 볼 수 있었다. 황정민, 조승우 같은 배우들은 그 때 학전을 ‘고향집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었다. 이번에도 떠들썩하고 발랄한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느낌은 달랐다. 이 공간이 이제 영영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학전 그린 소극장을 처음 찾은 것은 1998년 가을이었다. 나는 이 때 기자 생활 시작한 이후 처음 문화부에서 일하게 되었다. 학전 그린 소극장은 문화부에 가서 맨 처음 찾아간 대학로 소극장이었다. 뮤지컬 ‘의형제’를 봤다. 배우 황정민, 배해선, 장현성, 권형준, 김학준을 '의형제'에서 처음 만났다. ‘의형제’를 연출한 김민기 씨를 처음 인터뷰했다.
그 동안 나는 다른 부서로 갔다가 문화부로 돌아오고, 또 다른 부서로 갔다가 또 문화부로 돌아오고 하는 동안에도 취재하러, 아니면 그냥 공연 보러, 학전 그린 소극장을 꽤나 들락거렸다. 그리고 정이 들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참 여러 번 봐서 몇 번 봤는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돌이켜보니 다른 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어지럽게 변해도 학전은 ‘변함이 없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 자리에 항상 있으면서, 처음 느낌 그대로 그 고집대로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폐관을 앞둔 극장 곳곳을 둘러보며 이 곳에 내 추억도 몇 조각 걸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극장을 취재 기자로, 관객으로, 가끔 찾았을 뿐인 나도 이런데, 삶의 한 기간을 온전히 이 극장에서 보냈을 배우나 스태프들은 얼마나 허전하고 아쉬울까. 극장 곳곳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써넣은 ‘굿바이 그린’ ‘영원한 안녕은 아닐 거예요’ 같은 글들이 이들의 아쉬움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그러나 극장을 단순히 ‘콘크리트와 철골로 이뤄진 건물’로만 보지 않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웃음과 꿈이 담긴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또 공연을 보는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뮤지컬 1호선’ 같은 좋은 공연들의 산실로 대학로를 지켰던 학전 그린 소극장이 없어진다는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많은 대학로 소극장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니, 이 극장의 폐관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별 파티가 열렸던 날, 학전 그린 소극장 벽에서 본 글귀는 내 마음 속에도 새겨졌다.
굿바이 그린. 영원한 안녕은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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