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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잘 모르겠어요" 헷갈리는 지하철 표지판

<앵커>

낯선 지하철역에 가면 길 찾는 게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표지판을 봐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 구실을 못하는 거지요. 환승역에 가면 특히 그렇습니다.

지하철 연속 기획, 박원경 기자입니다.



<기자>

1, 2호선 환승객들로 항상 붐비는 서울 신도림역입니다.

표지판이 드문드문 있는데다 그나마도 구조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게 많습니다.

노선 색깔도 통일돼 있지 않아 자칫 길을 잃기 쉽습니다.

[정용석/경기도 수원 : 힘들어요. 우리는 힘들어요. 표시되어 있는 것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출구 표지판만을 이용해 1번 출구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표지판엔 계단을 오르면 1번 출구가 나온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한 대로 올라가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가야만 1번 출구에 도착합니다.

최단거리로 갔을 때보다 100m 이상 돌아간 셈입니다.

최단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도 있었지만 다른 구조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최단거리로 안내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돌아가게 된다는 표시가 있다면 헛고생은 피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역사 주변 안내도도 문제입니다.

서울 명동역 주변 안내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예술극장이나 한옥마을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민간 건물은 돈을 낸 곳만 지도에 표시해 주기 때문입니다.

[최현석/경기도 안산 : 안 나오는 곳도 많고, 생략된 곳도 많은 것 같아요. 안산에서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놀러가면은 타지니까… 만약 그런 식으로 생략이 되어 있으면 좀 짜증이 나죠.]

수도권 지하철을 운영하는 주체는 모두 4곳인데 표지판 설치에 대한 통일된 기준은 없습니다.

영국은 표지판의 글꼴이나 크기는 물론 이용자 동선에 맞춰 설치 위치까지 정하는 등 꼼꼼하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혜진/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 여전히 전문가 중심적으로 또는 행정 편의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제는 이용자 관점에서 어떤 것들이 불편한 지 섬세하게 진단을 해서 개선을 한다면….]

무엇보다도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통일된 표지판 기준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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