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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은퇴 보릿고개 넘기①

"부부 공통 활동 찾아라"

[취재파일] 은퇴 보릿고개 넘기①
‘은퇴 보릿고개’ 라는 신조어 들어보셨나요? 대부분이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기인 50대 중반부터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는 65세까지 소득은 줄어드는데 비해 지출은 자녀 결혼, 교육비 등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는 시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정년 퇴직을 처음으로 맞게 되면서 금전적인 문제 외에 심리적으로도 준비를 못해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있습니다.

한 달 여 동안 은퇴보릿고개를 취재하면서 많은 은퇴전문가와 은퇴자 여러분을 만났는데 대부분 이 시기 동안 긴 은퇴생활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그 동안 사실상 ‘각자’의 네트워크로 외부 활동을 해 왔던 부부가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함께 잘 보내야 하는 지에 관한 문제가 가장 먼저 닥칠 어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중 만난 한 부부의 활동을 보면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5살 동갑내기 부부 최용안, 이진옥씨가 주인공입니다. 이 분들은 은퇴 뒤 각자 사회 봉사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면서도 함께 있는 동안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는 다른 부부들과 비슷했는데 은퇴 전 남은 긴 삶을 어떻게 보낼 지에 관한 대화를 하고 준비를 하면서 부부가 공통으로 함께 하는 새로운 활동을 찾았더니 생활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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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참여한 활동은 ‘내손주 닷컴’이라는 곳인데 조부모 세대가 손주 세대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돌봐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로 모인 네트워크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법은 다들 잘 알고 있지만 교육 방식과 식생활 등이 달라진 만큼 거기에 맞는 교육을 조부모 세대들이 먼저 학습하고 자기 손주들은 물론 자신들이 사는 지역 사회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손주세대를 봐주는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에 이런 취지에 공감해 교육을 받은 조부모들이 10명이 있다면 그 분들이 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아파트에서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들의 자녀들을 돌봐주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공간은 한 곳이지만, 조부모 세대들이 하루 종일 여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자신이 활동 가능한 시간을 적어놓고 그 시간에 아이를 맡기길 원하는 부부들의 자녀를 맡아주게 되는 방식이라 조부모 세대들도 자신의 활동을 하면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용안, 이진옥 부부는 이 활동을 부부가 함께 하다 보니까 계속 새로운 공통의 관심거리가 생기고 집에서도 서로 대화를 나눌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녀 문제 외에는 대화 소재가 많지 않은 중년, 노년 부부들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공통의 관심거리를 찾아 보는 것이 은퇴 후 삶을 활발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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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잘 지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한 5,60대 은퇴자들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한다면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자녀 결혼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 지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해 놓지 못한 5,60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경우 이 기간을 넘기기 위해 이른바 ‘자녀 리스크’라고 할 수 있는 자녀 결혼에 관해 어떻게 접근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미래에셋 퇴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5,60대 세대 가운데 소득이 적정생활비 월 98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은퇴빈곤층이 42%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중산층 가정에서 아들 1명 결혼시키는데 8천3백만원이 드는 현실에서 지금처럼 결혼비용을 댈 경우 추가로 17%가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자녀 결혼 비용으로 많은 돈을 쓰고 노후에 자녀에게 의존해야 할 지 아니면 간소한 결혼으로 비용을 줄이고 노후에 자녀에게 손 안 벌리는 생활을 할 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정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미 은퇴에 접어들었거나 목전인 5,60대의 경우 은퇴설계를 하기 쉽지 않은 만큼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대화를 늘리고 자녀 교육, 결혼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세우는 것이 은퇴 준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예비 은퇴자라고 할 수 있는 40대들의 대처 법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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