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흔히 '지옥철'이라고 부르지요. 타고 내리려고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짜증이 치솟기 일쑤입니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환승역은 더 그렇습니다. 이 지옥 같은 지하철. 승강장 구조만 바꿔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지하철 문제를 점검하는 연속 보도,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2호선.
서로 부대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는 퇴근 시간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다 보니 서로 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자연히 경계심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지하철 승객 30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서로의 간격이 90cm가 안 되면 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50만 명이 이용하는 2호선 신도림역, 다른 열차로 갈아타거나 출구로 이어지는 계단은 불과 5개입니다.
다른 역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계단 폭은 4m 정도로 오히려 다른 역보다 비좁습니다.
사당역이나 용산역 등 다른 주요 환승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은실/서울 신도림동 : 계단이 비좁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따로 설치를 해놨는데 오히려 이걸 잘 못 이용을 하면 사람들이 더 부대끼고.]
좁은 좌석도 문제입니다.
다리를 쩍 벌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쩍벌남을 화가 난 여자가 발로 차고, 몸에 닿았느니 안 닿았느니 막말도 오갑니다.
[왜 괜히 앉아 있는 사람한테 시비 걸어? (다리를 포개지 말라고 그러잖아, 방송에서.) 다리 꼬지 말래? 방송에서?]
해법은 없을까.
환승 통로나 계단을 가운데에 몰아넣은 우리 지하철과 달리, 미국 워싱턴의 지하철은 환승 통로나 계단을 양쪽으로 벌려 놔 사람이 한데 몰려 부대끼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유럽 지하철은 좌석이 우리보다 넓고 팔걸이까지 설치해 부대끼는 걸 막아 줍니다.
[곽금주/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앉아있는 이 자리도 이만한 공간은 다 내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 다른 사람이 침해를 해왔을 때 굉장히 불안해지고.]
출퇴근 시간대 열차 간격을 현재의 3분에서 2분으로 줄이는 방안도 과밀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란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