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양국이 3.11 추도식에 불참했다“ 오늘 자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제목만 보면 최근 일본과 영토 문제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가 3.11 대지진 추도식에 불참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불참 이유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중국은 당초 추도식에 외교사절을 보내기로 했다가 일본이 국가나 단체를 호명하는 헌화 행사에 타이완을 포함한데 반발해 결국 불참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2개의 중국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추도식 참석을 거부한 겁니다. 물론 추도식 불참 계획을 사전에 일본측에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걸까요? 지난해 열린 1주기 추도식에는 신각수 주일대사가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달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50여 개 도쿄 주재 각국 대사관에 팩스를 통해 추도식 일정을 알리고 초대장을 발송했습니다.
우리 주일 대사관측의 해명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이 보내온 팩스가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적혀 있었고 담당자가 별 내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그냥 폐기했다고 합니다.
매일 많은 양의 팩스를 받다 보니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분명 일본 외무성에서 보낸 공문이라는 표시가 돼 있었을 터인데 영어로 된 문서라서 미처 확인을 못했다는 설명은 수긍하기 힘듭니다. 또 설령 팩스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1주기 행사와 달리 이번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면 이상하게 여기고 확인을 해봤을 만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사관 내부적으로는 일본이 올해는 외교사절을 초청하지 않고 국내 행사로만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 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3.11 대지진 2주기를 맞아 도쿄 한국대사관 앞에는 이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신각수 주일대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여러 차례 한,일간의 우정을 강조하며, 힘내라! 일본이라는 트윗을 올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3월 초부터 추도식 행사에 참여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이 팩스 한 장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주재국의 중요한 행사에 불참했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팩스를 받지 못해서 참석하려고 오랫동안 계획했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는 궁핍한 해명보다는 차라리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적 정서가 추도식 참석을 용납할 수 없었다라는 설명이 더 납득하기 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어제(11일) 저녁 도쿄 한국 대사관에는 추도식 불참 이유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묻는 일본 기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상대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역사 왜곡을 밥 먹듯이 하는 일본이기에 이번 실수는 더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일 외교 채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