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계륵이 된 10원 동전…어떡하지?

[취재파일] 계륵이 된 10원 동전…어떡하지?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90년 대 초반만 해도 10원짜리 동전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막대형 아이스크림 가격이 50원 정도 했고, 10원으로 살 수 있는 과자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10원으로 살 수 있는게 없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비닐봉지 가격은 적게는 20원에서 많게는 100원까지 줘야하니까요.

물건을 실제로 사용할 곳이 없다보니 10원짜리 동전은 화폐로서의 역할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의 주성분인 구리가 냄새 제거에 좋다는 말에 신발장이나 냉장고에서 냄새제거용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구리값이 비쌀 때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구리괴를 만드는 사람이 경찰이 붙잡히기도 합니다.

이미지
그런데 이 10원짜리 동전은 사실 10원어치가 아닙니다. 10원이라는 표면 가치를 부여받기는 했지만, 제조하는데는 30~40원 정도가 드니까요. 화폐를 발행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겁니다. 1만원권 지폐의 경우 제조하는데 100원이 들었다고 하면, 제조 후 1만원의 가치를 가지니까 9,900원의 화폐주조 차익이 생깁니다. 하지만 10원짜리 동전은 1개 만들면 20,30원을 손해보니까 만드는 족족 손실은 커집니다.

이러다보니다 일각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의 발행을 중지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 그럴만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캐나다도 1센트 동전의 유통을 공식적으로 중단시켰습니다. 역시 그곳도 사용처는 없고, 주조비용은 표면가치보다 크기 때문에 만들면 손해라는 논리에서 였습니다.

최소 단위의 화폐 발행을 중단한 곳은 캐나다 뿐만이 아닙니다. 뉴질랜드와 호주,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도 최소 단위 화폐의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캐나다의 발행 중단에 이어 미국도 1센트 화폐 발행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 1센트의 제조 비용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2.4센트 정도라고 하네요. 발행 비용은 많고, 마땅히 쓸 곳은 없고, 세계적으로 최소단위 화폐를 폐지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10원 동전 발행을 중단하자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을 폐지하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또한 물가 조정의 폭이 커져서 미세조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폐해가 우려된다는 겁니다.
이미지

첫 번째 우려는 이런 겁니다. 10원짜리 동전이 사라진다면 10원이라는 단위자체도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 920원 등으로 마트에서 파는 물건에 매겨진 가격이 950원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기업의 행태를 볼 때 920원이 900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식으로 가격 조정이 발생할 경우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우려는 첫 번째 우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가격 변동 요인이 생겨서 가격을 조정할 때, 기존에는 10원 단위의 미세 조정도 가능했지만, 10원짜리 동전을 폐지하면 최소 변동 구간이 50원으로 커지게 됩니다. 이럴경우 기존에 30원, 60원씩 조정되는 것이 50원, 100원 단위로 조정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보다 물가 조정의 폭이 커집니다. 물가 조정기마다 사회적 혼란이 배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유통가에서는 여전히 10원 단위가 쓰이고 있고, 990원 마케팅과 같이 마케팅 측면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10원짜리 동전을 폐지하면 안된다는 유통가의 암묵적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의 발행을 폐지하자는 입장이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충분한 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행의 찬반을 가리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그 동안 10원짜리 동전을 계속해서 발행이 될 겁니다. 그럼 당장 10원짜리 동전을 발행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방법은 뭘까요?

화폐는 시중에 유통이되면 궁극적으로 다시 한국은행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화폐가 필요한 곳에 다시 공급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화폐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면 다시 화폐를 찍어내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지폐와 동전들은 한국은행으로 들어오는 회수율을 20%를 넘는데, 10원짜리 동전은 5% 안팎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이 환수율이 2009년 8%에서 지난해에는 3.4%로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으로 들어오는 10원짜리는 계속 줄어들고, 대형마트 등 필요한 사람은 꾸준히 있다보니 매년 10원짜리 동전의 발행물량은 증가해서 지난해에는 3억 2천만 개에 달했습니다. 그 만큼 더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이 손해를 줄이는 것은 집 안에 쌓여 있는 10원짜리 동전을 한꺼번에 모아서 물건을 사거나 은행에 가서 더 높은 단위의 화폐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으로 충분한 10원짜리 동전이 들어가고 10원 동전을 발행해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불필요하다고 집에서 10원짜리 동전을 쌓아두고 있는 동안 국민의 혈세는 또 낭비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