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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 어디가 항구지?

후쿠시마 취재기 2

[취재파일] 어! 어디가 항구지?
방사능 자체 보다는 방사능 측정기의 시끄러운 경보음이 더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던 그 순간은 자동차를 몰고 원전 반대 방향으로 달린 지 6, 7분여 만에 끝났습니다. 차량 조수석에 탔던 카메라 기자는 속이 좀 울렁거린다고 말하더군요. 경보음 소리가 꽤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다음 날 취재를 하기 위해 찾아간 미나미소마시의 마노가와 항구.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30킬로미터쯤 떨어진 항구를 찾아가기 위해 역시 숙소를 아침 6시쯤 출발해 130여 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다 왔다고 알려주는데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항구가 아닌 평지의 연속, 그 구석 한쪽에 배 몇척이 눈에 띄였습니다.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탓에 항구는 이름만 남아 있을 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3.11 대지진 이전에는 50여 척의 어선들로 꽤 붐볐다는 항구에는 어선 예닐곱 척이 전부였습니다. 한 어민은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납득해서 생선을 사 먹겠다며 이제 이곳의 어업은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항구에서 북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소마시의 항구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경매용 장소로 씌였던 건물은 여전히 2년 전 폐허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언제 무너져 내릴 지 모르는 건물 주변에서는 쓰나미 잔해를 치우는 공사가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항구를 오가는 어선들은 고기 잡이용이 아니라 정부의 용역을 받아 방사능 검사용 물고기를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물고기를 잡아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는데 담당자는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다면서 검사 장면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지난 달 28일,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서 잡힌 쥐노래미에선 1kg 당 51만 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일반 식품의 세슘 기준치의 5천 100배에 해당합니다. 도쿄 전력측은 항만에서 물고기 제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 '세슘 물고기'를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물고기가 만일 다른 곳에서 잡혀 식탁에 올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쥐노래미 1kg을 먹을 경우(물론 1kg을 1명이 먹을 수는 없겠지만) 인체 내부 피폭선량은 약 7.7밀리베크렐로 추정돼 1년 동안 최대 허용치의 8배 가까이 되는 방사능으로 내부 피폭을 당하는 셈입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킬로미터 이내의 대기중 방사선량이 1년 전과 비교해 40%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선 하루 4백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고, 또 이 방사능 오염수를 보관하기 위해 설치한 천 톤짜리 물탱크 9백여 개가 70% 이상 꽉 차올라 또다른 물탱크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상 오염에 못지 않게 심각한 바다 오염, 3.11 대지진 발생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방사능의 위험과 맞서고 있는 일본 열도의 고민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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