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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심 속 문 닫는 학교 늘어난다

[취재파일] 도심 속 문 닫는 학교 늘어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오전반 오후반 수업이 있었습니다. 학생 수가 워낙 많다보니 한 교실에서 전부 다 수업을 들을 수 없어서 오전 오후로 수업 시간을 나눠 놓은 건데, 그렇게 나눠도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50명 가까이 됐습니다.

요즘 초등학교는 한 반에 학생 수가 30명을 안 넘깁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20명을 겨우 넘기는 곳도 많습니다. 학생 수가 많았던 예전에는 그렇게 좁았던 교실이 책상 수가 줄고 의자 수도 줄면서 빈 공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번주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가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서울 지역은 3월 4일 일제히 입학식을 치렀는데 이 중에 올해 학교에 들어온 1학년 신입생이 5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가 45곳이었습니다. 20년 전에는 한 반이 50명이었는데, 이제는 한 학년 전체가 50명이 안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취재차 찾은 학교 중 한 곳이 서울 교동초등학교입니다.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에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입니다. 올해 입학식이 무려 119번째였는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의 올해 신입생이 몇 명이었는지 아십니까? 21명입니다. 신입생 21명에 2~6학년생 전부 합쳐도 전교생이 107명밖에 안됩니다. 한때 이 학교 전교생이 5천 명이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랬던 공룡학교가 이제는 서울에서 가장 작은 학교가 됐습니다.

도심에서 작은 학교가 늘어나는 이유는 출산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들이 태어난 해가 2006년입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06년 신입생이 1.123명이었습니다. 출산율이 2005년에 바닥을 치고 2006년부터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바닥은 바닥이지요. 이렇게 출산율이 낮다 보니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절대적인 학생 수가 적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도심 공동화 현상입니다. 각종 택지 개발로 거주 공간이 변하면서 도심에 있던 학생들이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도심의 학교는 텅 비어버리고, 도심 외곽의 신도시는 교실이 부족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농어촌 지역처럼 도심에서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겠지요? 내후년까지 서울 시내 초등학교 4곳이 현재 학교 문을 닫고 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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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는 학교 재학생들은 근처 다른 학교로 옮겨가야 하는데, 사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수가 적으면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배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이 많고 통폐합 결정에 반대합니다. 이 문제 때문에 몇 년째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작은 학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야 합니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교육시스템이 참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교육 당국은 경제적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없는 지역의 학교는 없애고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학교를 세웁니다. 

교육 당국이 현실적인 이유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학교를 통폐합하고 이전할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놓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있던 학교가 없어지면서 생기는 상실감,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기존 학생들의 텃세와 왕따나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들을 당국이 함께 고민하면서 교육적 관점에서 대안을 찾아가야 합니다.

폐교가 된 학교의 부지 사용도 마찬가지로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학교 부지를 기업에 팔아넘겨 이윤을 남기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빌딩이 들어서게 해서는 안되겠지요. 부족한 특수학교나 유아교육진흥원, 공립형 대안학교 같은 교육용 시설로 부지를 활용해야 할 겁니다.

도심 속 소규모 학교를 놓고 빚어지는 갈등은 앞으로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가는 작은 학교를 어떤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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