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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0안타’ 정근우-강민호…닮은 듯 다른 부진

[취재파일] ‘0안타’ 정근우-강민호…닮은 듯 다른 부진
제 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3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안타를 단 한 개도 치지 못한 선수는 정근우와 강민호 두 선수 뿐입니다. 정근우가 11타수 무안타, 강민호는 9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5개나 당했습니다. 중심 타선의 앞뒤를 받치는 두 선수의 부진은 한국의 1라운드 탈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똑같은 ‘0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두 선수의 부진에는 묘하게 다른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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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수도 있었던' 비운의 정근우
네덜란드전에 1번 타자로 나선 정근우의 타격감은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쳤다 하면 야수 정면으로 갔습니다. 3루수 보르하츠에게 번번이 걸렸습니다. 그야말로 악연이었습니다. 첫 타석에서 날린 총알 같은 타구는 보하르츠가 잡았다기 보다는 그냥 타구가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 간 듯 했습니다. 6회초에도 잘 맞은 타구가 또 다시 전진 수비하던 3루수 보르하츠에게 걸려 병살타로 연결됐습니다. 평상시 수비 위치였으면 안타가 됐을 타구였습니다.

2번 타자로 나선 호주전에서도 침묵했습니다. 1번 타자 이용규가 네 번이나 출루한 경기였기 때문에 정근우의 부진은 더욱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병살타를 세 번이나 기록할 뻔한 위기에서 특유의 빠른 발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습니다. 1회말 유격수 땅볼로 1루 주자 이용규가 2루에서 아웃됐지만, 전력질주로 1루에서 세이프됐고, 결국 선제득점을 기록했습니다. 2회말에는 투수땅볼로 아웃됐지만, 이용규를 2루로 진루시켜 또 추가 득점에 힘을 보탰습니다. 7회말에도 투수땅볼로 1루 주자 이용규를 아웃시키고 1루에 살아나가 또 득점을 했습니다. 안타 한 개 치지 못하고 이용규를 두 번이나 희생켰지만, 득점을 2개나 기록하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타이완전에서 정근우는 땅을 쳤습니다. 처음으로 볼넷을 두 개 골라 스스로의 힘으로 1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모두 주루사를 당했습니다. 타이완 중견수 린저쉬엔에게 두 번 모두 당했습니다. 1회초 2루를 훔쳤을 때, 포수의 악송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렸습니다. 당연히 정근우로서는 3루를 노려야 했던 상황입니다. 그런데 2루를 돌다가 살짝 미끄러졌습니다. 게다가 중견수 린저쉬엔의 송구가 너무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자연태그가 됐습니다.

5회 이대호의 중전안타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대호의 타구는 우중간을 가르는 듯 했습니다. 1루주자 정근우는 당연히 홈까지 내달렸습니다. 그런데 중견수 린저쉬앤이 우익수 뒤로 바람처럼 달려와 공을 막아냈고, 빠른 중계플레이로 정근우를 잡아냈습니다. 두 번의 주루사로 원성을 들어야 했지만, 타이완 중견수 놀라운 린저쉬엔의 수비능력이 먼저 칭찬받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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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강민호, “공격? 수비? 되는 게 없네”
될 듯 될 듯 하다가 이상하게 꼬였던 정근우와는 달리 강민호는 아예 처음부터 되는게 없이 힘 한 번 쓰지 못했습니다. 네덜란드전 두 번째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에게 잡힌 걸 빼면, 모든 타구가 치는 순간 아웃을 예고했습니다. 10번 타석에 나와 볼넷은 한 개뿐이고, 삼진은 5개나 당했습니다.

수비에서도 아쉬웠습니다. 네덜란드전 7회말 노아웃 주자 2루에서 평범한 몸쪽공을 놓쳐 주자를 3루에 보내주면서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또 노아웃 만루 투수 땅볼때 홈에서 공을 받은 뒤 성급하게 1루에 던지려다 주자와 충돌한 장면도 베테랑 포수에게 걸맞지 않은 장면입니다. 포수건 야수건 송구할 때는 달려드는 주자를 피해야 합니다. 물론 달려들면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린다거나, 다리를 벌려 송구를 살짝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시 홈으로 달려들던 3루 주자 앤드류 존스는 정상적인 주루방향으로 슬라이딩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민호는 홈을 밟은 뒤 그 자리에서 돌며 송구를 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면서 몸의 중심은 살짝 3루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몸은 3루쪽으로 쏠리고 3루주자 주자는 달려드는 상황에서 충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포수들은 슬라이딩을 피해 1루쪽으로 나가면서 송구하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강민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강민호의 연이은 두 번의 실책으로 우리는 주지 말아야할 두 점을 줬습니다. 스포츠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지만,“ 네덜란드전에서 만약 강민호 공을 잘 잡고, 송구를 잘해 병살타로 연결했다면...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버릴 순 없었습니다.

1라운드 탈락에 대한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될 수도 있었던’ 정근우와 ‘되는 게 하나도 없었던’ 강민호의 부진은 결정적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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