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 8시 뉴스에 제가 보도한 대강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12년 전 자신과 여자친구의 결혼을 반대하던 여자친구의 남동생을 홧김에 살해하고 그 죄로 복역중인 37살 서 모씨. 서씨가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뒤늦은 효도를 하겠다며 바깥세상으로 편지를 씁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 줄기세포 무릎관절 수술을 무료로 시켜준다는 어느 병원의 신문광고에 18년 전부터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치료해달라며 애원하는 내용입니다. 편지는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죄에 대한 후회와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한때의 잘못으로 제 인생을 망쳐버리고 영어의 몸이 된 서xx라고 합니다.' 3.9 제곱미터 서씨의 독방 한켠에 놓여진 영어와 문학책자를 보며, 철창 안에서 허비해버린 젊은 시절에 대한 서씨의 뼈저린 후회와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찮으신 몸으로 접견 오실때면 제 마음은 너무 아파만 옵니다. 작년말에 오셨을 땐 목발을 짚고 오셔서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원장님 부디 저희 아버지께도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연말에 부쳐진 이 한통의 편지는 해당 병원을 감동시켰고, 결국 서씨의 아버지는 오늘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뒤늦은 아들의 효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아버지 서씨는 수술에 앞서 어제 교도소를 찾았습니다. 목발을 짚은 아버지 서씨의 손엔 아들이 좋아하는 통닭과 나물을 바리바리 싼 보자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접견실에서 만난 아버지 서씨와의 대화에서, 서씨가 아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지난 12년간 상상도 못할 고통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서씨
"피해자 가족이 아직까지 우리 동네에 살아요. 저를 만날때마다 죽은 아이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요. 그런 놈을 키웠냐고 하면서...제가 고개를 숙이고 또 고개를 숙이고..."
하지만 아무리 흉악범으로 지탄받을지 몰라도, 아버지에겐 그저 사랑스러운 아들일 뿐이었습니다.
"여기 나오거든 열심히 해서 아빠랑 먹고 살자"
"오래 사셔야죠 흑.."
물론 아무리 부자간 애틋한 정이 있다 해서, 사람을 죽인 죄까지 용서해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족간의 정마저 각박해지는 요즘, 우리 모두 이 죄수의 뒤늦은 후회와 효성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지는 않을까요?
[취재파일] 무기수의 '사부곡(思父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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