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중·일 공기전쟁, 한국은 수수방관?

중국와 일본은 지금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나는 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초미세먼지 즉 PM 2.5를 둘러싼 ‘공기전쟁’입니다. 영토전쟁의 승패는 쉽게 드러나지 않겠지만, ‘공기전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장면이 지난 5일 연출됐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와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대기오염 환경기준을 개정해 초미세먼지(PM 2.5) 등의 모니터링 지표를 설정하겠다”며 공기오염이 심각한 문제임을 인정했습니다. 마침 그날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선 첫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즉 공기전쟁의 가해자는 중국으로, 피해자는 일본으로 사실상 확정된 겁니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일본의 공세는 지난 2월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 나타난 최악의 스모그 상황을 보도하며 “마치 동물실험을 당하는 듯하다”고 언급하는 중국거주 일본인들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또,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난 중국에서 일제 공기청정기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여기에다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초미세먼지가 일본의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일본 언론이 연일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고, 긴급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수치가 1㎥당 70㎛를 초과하면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로 했습니다.언론의 문제제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결국 공기전쟁의 승자를 ‘일본’으로 만든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초미세먼지가 황사나 미세먼지 보다 해롭다는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됐습니다. 초미세먼지는 황사나 미세먼지 크기의 1/4정도로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로 유입되기 때문에 폐암이나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죠.
이미지
그런데,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날아드는 초미세먼지가 일본에만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황사’만 얘기하지 초미세먼지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일본처럼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중국에 의료진을 급파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뭔가 국민들에게 정보는 줘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정부의 언급은 '2015년부터 초미세먼지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도록 법이 마련돼 있다'는 단 한마디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논쟁을 벌일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땅위에 현재 초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관측소는 20개 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첫 주의보를 발령한 구마모토현에만 현재 18개의 측정소가 있고, 지난 5일 이 가운데 8곳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초미세먼지가 측정돼 외출자제 주의보를 내렸습니다. 일본의 한 지방자치 단체 수준의 측정소 설비로 우리 땅의 공기를 지키고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 얻지 못하는 한반도의 공기오염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일본 방송이나 일본의 한 대학연구소 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 방송에서 오히려  한국의 초미세먼지 오염을 걱정할 정도입니다. 며칠 쯤 초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날아갈 지 일본 방송에선 가끔씩 얘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정보를 다른 나라를 통해 얻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중일간의 초미세먼지를 둘러싼 공기전쟁은 두 가지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일간의 또 다른 분쟁이란 점이고, 다른 하나는 초미세먼지 오염 그 자체의 유해성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중일간의 분쟁에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그 유해성 자체에 대해서 눈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