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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국적 아동'을 아시나요?

-"학교, 병원에 가기조차 어려워요"

[취재파일] '무국적 아동'을 아시나요?
경기도 시흥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9살 브라이언(가명)은 방학이 지겨웠습니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구슬치기도 못하고...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브라이언이 학교를 가려면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안산시까지 가야 합니다.
45분에서 한 시간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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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등학교 학생이 되는 것조차 브라우니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무국적 아동'입니다. 아프리카 콩고 출신인 엄마아빠는 중국에서 유학을 하다 2003년 한국으로 급히 도피했습니다.
아빠가 아무 생각도 없이 군복을 입고 찍은 영상이 콩고에선 불법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10년째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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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한국에서 브라이언과 동생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콩고 국적도 한국 국적도 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도 받지 못했습니다. 무국적 아동의 경우 학교장의 재량이나 주변 보증인이 있으면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하지만 집근처 2킬로미터 내 5곳의 초등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통장님도 보증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다행히도 인권단체가 주선해 줘서 7킬로미터 떨어진 안산의 초등학교에 가까스로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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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먹은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천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등록 번호가 없기 때문에 큰 병원은 갈 수 없습니다. 동네 병원은 갈 수 있는데 병원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난민법이나 아동관리협약, 이주아동 지원법 등에는 어린이일 경우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거나 불법체류일 경우에도 '학교'는 다닐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넘쳐나는 미국에서도 어린이의 교육은
보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형제처럼 국적이 없어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국적 난민 아동이 국내에 100여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달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어린이들입니다.

국제 아동 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 박영의 홍보팀장의 말입니다.

"저희가 조사한 국내거주 난민아동 중에서 절반 이상이 무국적이었는데요,
이렇게 무국적으로 신분 증명이 되지 않음으로써 학교를 간다거나 아플 때 병원에 가는 등 아동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이라고 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 거주를 하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을 받아야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무국적 아동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은 매일 일기를 씁니다. 일기장에 장래희망을 적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쓰더군요.

"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소방관이 돼 멋지게 불을 끄면 좋아서..."
정말 천진난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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