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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놈들 때려잡자"는 타이완

타이완 혐한감정 표출 극치

 201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은 결국 '타이중의 참사'로 끝났습니다. 일본을 꺾고 이번에는 우승하겠다던 우리 대표팀의 장담이 무색하게 야구팬들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저를 화나게 한 것은 타이완(대만) 사람들의 '막가파식' 한국 무시, 한국 조롱이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의 경기 중계장면을 보면 타이완의 어떤 사람이 '국수가한 살한자(國仇家恨 殺韓仔)'라는 문구를 들고 나왔습니다. "나라의 원수, 가정의 원한, 한국놈들을 죽이자"라는 뜻입니다. '수'(仇)는 중국에서 쓰는 글자로 '讐(원수의 뜻)와 같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밑에 개 짖는 소리인 '왕왕'에 해당하는 한자(汪)를 쓰며 한국을 마구 조롱했습니다. 이 장면은 한국과 타이완은 물론,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그대로 방영되는 국제신호라 문제가 더 큽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이완의 유력 신문인 '빈과일보'가 타이완 대표팀을 응원하는 호외를 돌렸는데 그 문구가 충격적입니다. '봉타고려(棒打高麗)' "한국을 몽둥이로 때려잡자"는 뜻인데 여기서 주의할 게 '고려'라는 표현입니다. 타이완 사람들은 한국을 부를 때 일반적으로 '고려'라 하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을 멸시할 때 '까오리빵즈'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고려 몽둥이'라는 의미인데 이에 얽힌 설은 여러가지가 있어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한국인을 '고려'라 지칭한 것은 우리 국민이 중국인을 '짱꼴라' 일본인을 '쪽바리'로 부르는 것과 똑같은 경우입니다. 이밖에도 타이완 관중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 대형 사진을 들고나와 우리 선수들을 자극했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도중에도 야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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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타이완과 단교 이후 '혐한 감정'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단교 당시 저에게는 타이완 친구가 몇명 있었는데 "한국이야말로 배은망덕의 전형'이라며 저에게 강력히 항의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義(의)'입니다. 덕이 뛰어난 유비, 용맹이 남다른 장비, 지모가 대단한 제갈량, 조조보다 '의리파' 관우를 가장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의'를 파괴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중화민국 시절 장개석 총통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현재의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합니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타이완에 유학온 한국학생들에게는 양국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석박사 학위 취득도 쉽게 해줬다고 말합니다.

 1992년 한국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면서 어쩔 수 없이 타이완과 단교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랜 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린 격이 됐습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한국을 싫어하는 데는 단교 과정의 앙금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부신 경제발전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늘 한 수 아래 국가로 생각했는데 컴퓨터, 통신 분야에서 자신들을 추월한 것에 대한 질투심, 경계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아무리 이런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타이완 사람들과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될 정도로 무례의 극치였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 사태를 적당히 넘어갈 경우 그들의 한국 무시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항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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