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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백리 위원장이 받은 퇴임 선물은?

[취재파일] 청백리 위원장이 받은 퇴임 선물은?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2년여 동안의 소임을 마치고 위원장직을 떠났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임식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A4 2장짜리 짤막한 이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선관위에 대한 격려의 말이 담백하게 담겨 있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은 이임식. 김 위원장은 공식 행사 때보다 더 긴 시간을 직원들에게 할애했다. 이임식장을 찾은 수백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그런 위원장을 위해 직원들이 해줄 수 있는 건 박수와 꽃다발 하나가 전부였다. 김 위원장이 국가 예산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퇴임하는 위원장에게 관례상 수여해왔던 공로패마저 사양했기 때문이었다.

◈ "난방도 켜지마라"

김능환 위원장은 곧잘 선비, 혹은 청백리에 비유되곤 했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김 위원장을 모셨던 여직원은 김 위원장의 성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원장실은 중앙 난방이 아니라 개별 난방 방식이어서 개별적으로 난방을 해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혹여나 난방을 해 놓으면 '직원들은 추위에 고생하는데 나만 특별대우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난방도 끄게 하셨다. 늘상 '아래 직원과 똑같이하라'고 하셨다."

이런 일화도 있다.

"가끔 위원장님과 직원들이 식사를 할 자리가 있다. 그럴 경우 비서실에서는 기관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위원장님이 본인이 뜻이 있으시다고 하시면서 개인 카드로 결제하셨다."

현대판 '청백리'인 셈이다.

◈ "예산 쓰지마라"… 사비 털어 직원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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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도 안들어갈 것 같은 원칙주의자였지만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남달랐다. 한 번은 사무관 한명이 직무유기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예산에서 소송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가 있어 예산으로 충당하려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중지시켰다.

직원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해도 공무원이 직무유기 혐의로 공소된 상황에서 국가 예산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였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느껴지는 조치였다. 해당 직원은 당시 변호사 비용이 적지 않아 집사람과 걱정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김 위원장은 예산 사용을 금지시킨 뒤 간부와 직원들 모르게 해당 직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댔다. 사비 8백만원을 털었다. 총무부서를 통해 돈을 전달하면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신신당부했다.

◈ 헌법기관장 수당은 직원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과 더불어 이른바 5부요인에 속한다. 현직 대법관이 겸직하는 것이 관례인데, 헌법에 명시된 기관장으로 대법관 급여 이외에 매달 직위보전비로 4백여만원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받은 수당을 모아 직원들 격려금에 쓰곤 했다. 명절이나 큰 선거를 치른 뒤 회식비로 쓰게 하거나 어버이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격려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특정 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고 월급처럼 사용했다고 비난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도 한참 다른 셈이다.

◈ "더 이상 공직 맡지 않는 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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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환 위원장은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몸으로 겪어 보면서 제가 그 동안 생각해오던 것과 같은 건지 다른 건지 그 속에서 제가 갈 길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마트를 운영하는 부인을 도울 생각이라면서 "집사람 열심히 모시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집사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죠"라고 말했다.

국민을 위해 퇴임 후에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더 이상 공직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봉사하는 한 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을 때도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형 법무 법인이나 컨설팅 회사에 갈 수 있다. 고위 공직의 길도 열려 있다. 33년 공직에 재산이라고 해봐야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그에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리 없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고사했다.

선관위에서는 김 위원장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거나 학교로 가 후학을 양성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위원장 본인도 '당분간' 소시민으로 살아보고 갈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어느 쪽이 될지는 모르지만 고위 법관부터 관료들까지 공직을 떠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돈과 자리를 찾아가는 요즘, 김 위원장만이라도 조금 다른 길을 찾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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