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던 10대 후반의 우발적 살인이 잇따라 폭력적 게임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폭력 성향의 온라인 게임이 범죄를 조장한다는 주장과 함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충동이나 분노조절을 못 하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내버려둔 채 무조건 게임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폭력성 게임이 범죄유발? = 지난 3일 친척 등 8명을 흉기로 찔러 작은아버지를 숨지게 한 김모(19)군은 PC방에서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5시간 이상 온라인게임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군은 주로 칼이나 마법으로 괴물을 무찌르는 RPG(Role Playing Game)를 즐겼다.
지난해 여름에는 인터넷에서 등산용 칼과 수리검, 수갑 세트를 구입, 이중 등산용 칼은 범행 도구로 쓰였다.
지난달 20일 전남 강진군에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 아내까지 찔러 다치게 한 문모(18·고3)군도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게임을 즐겼다.
2011년 경기도와 부산에서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어머니를 각각 20대와 중학생인 아들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이 즐긴 게임도 RPG의 일종이었다.
범죄는 도덕적 가치관, 환경, 개인적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발생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의 게임, 영상 등에 자주 노출되면 폭력에 무뎌지거나 따라 하고 싶은 심리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성완 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되면 게임이라 할지라도 폭력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실제 상황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쉽게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모방행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이나 어른이나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충동조절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며 "온라인 게임보다는 실제 주변인들과의 건강한 인간관계나 신체적 활동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급제·셧다운제로 규제는 하지만… = 사실적인 화면 묘사와 시나리오를 갖춘 폭력적 게임은 중독성을 더하며 새로이 개발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연령대별로 등급을 분류하고 청소년들의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규제책을 운영 중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등 5가지 요소를 고려해 온라인·비디오게임을 전체 이용가, 12세, 15세,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거나 폭력을 주제로 해 선혈, 신체훼손이 사실적인 경우, 범죄 및 약물복용 등을 조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같은 내용의 게임이라도 붉은 피를 보여주거나 신체 절단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면 청소년이용불가, 피 색깔 등에서 구체성이 떨어지면 15세나 그 이하 등급을 받을 확률이 높다.
정부는 2011년 11월부터 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소위 셧다운제(신데렐라 법)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쉽게 가족 등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해 게임에 접근할 수 있어 등급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해 7월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청소년 1천500명 중 39.4%(568명)가 게임을 하려고 부모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신상정보를 사용했다.
청소년들이 부모나 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만든 아이디를 돈을 주고 거래하거나 시간·등급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멀티방 이용 등 장시간 성인용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게임업계 "만만하면 게임 탓?" = 게임업계는 범죄를 부르는 다양한 요인들은 무시하고 온라인게임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응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미성년자에게 폭력적 비디오게임 판매를 규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당시 한 법관이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도 잔인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며 "폭력적 온라인게임이 범죄를 부른다면 영화, 도서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학업성취에 치우쳐 충동조절 등에 대한 교육 부재와 청소년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이 거의 없는 현실 등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연합뉴스)
젊은층 우발 살인, 폭력적 게임 영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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