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종훈 급작스런 사퇴, 그 배경은?

[취재파일] 김종훈 급작스런 사퇴, 그 배경은?
월요일 아침,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들어섰습니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최근 국회내 과학계를 대표해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안 통과를 몇차례 호소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려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였습니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김종훈 장관 내정자께서 국민들에게 할 말씀이 있다고 해서 모시고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국회 정론관의 기자회견장은 국회의원의 소개 절차를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전 10시에 있을 대통령이 담화에 발맞춰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안 통과를 호소하려나 보다 했습니다.

기자회견 시각인 9시가 조금 못 되어 서상기 위원장은 김종훈 내정자와 담소를 나눴습니다. 그때도 특별한 표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줄 한줄 자신의 아이패드를 보며 읽어내려가던 김종훈 내정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습니다.

그러다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지켜내기가 어려웠다.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사퇴 발언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이 '사퇴를 하겠다는 말씀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 내정자는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마음을 접으려 한다'는 시적인 말 보다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했기에 따라가며 물었습니다. "후보자 사퇴가 맞습니까?" 김종훈 내정자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이미지
김종훈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 장관 인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중국적 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다소 밋밋한 관료형, 학자형 장관들 일색에서 김종훈 내정자는 살아온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 했고, 역동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막바지 고비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자진 사퇴하리라고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김 내정자의 사퇴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인선에 적지 않은 타격입니다.

본인이 회견문을 통해 직접 밝힌 이유는 '정치권의 난맥상'입니다. 우리 정치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면서 자신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갑작스런 사퇴 선언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잘 갖춰진 부처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또 장관이 되더라도, 일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또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중국적이 아니라 미국국적을 정리하려다 보니, 미국에서 벌여 놓은 사업으로 인해 세금 문제가 굉장히 커졌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장관에 대해서 우리나라처럼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한국에서 장관한번 하기 위해 자신이 잃은 게 너무 많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본인이 정치권에 대한 이유만 말하고 다른 자세한 얘기는 밝히지 않아서 인지, '미국이 국적 포기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최근 심각하게 문제가 될 만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훈 내정자의 사퇴 기자회견 한 시간 뒤 대국민 담화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 통과를 야당에 더욱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은 더 싸늘해 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은 "만약 김종훈 후보자가 미국의 장관 후보자로 나섰다면, 철저한 사전 검증에 걸려 후보자 반열에 아예 들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그가 공직후보자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훈 내정자는 사퇴의 이유로 '한국의 정치'를 말했습니다. '대통령 면담 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사퇴의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난맥상이 오로지 야당 때문이기만 하겠습니까? 어린 아이 둘이 싸워도, 양식이 있는 어른이라면 '둘 다 조금씩 잘못이 있다'고 훈계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