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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스토리우스 사건의 열쇠는 휴대전화?

'생지옥'에 있다는 피스토리우스…사건 열쇠는 휴대전화?

[취재파일] 피스토리우스 사건의 열쇠는 휴대전화?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있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현재 삼촌 집에 일주일째 머물고 있는데요. 삼촌 집 밖에는 취재진이 계속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삼촌은 “그가 마치 생지옥에 있는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주 유치장에서 나온 피스토리우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취재 차량이 뒤쫓았고 이 과정에서 차량이 시속 210km로 도망가 광란의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 사건에 대한 현지 취재진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한편, 피스토리우스의 형 28살 칼은 지난 2008년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오토바이를 탄 여성을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드러나 피스토리우스 가족 모두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습니다. 

보석을 앞두고 피스토리우측 변호인과 검찰은 구속적부심에서 팽팽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핵심 쟁점은 여자 친구인 스틴캄프를 고의로 살해했는지 여부였는데요.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말다툼을 벌이다 화장실로 피한 여자 친구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변호인측은 강도로 오인한 우발적 사고라고 맞섰지요.

그러나 법원은 경찰이 사건 초기 현장 증거를 훼손하고 증인 진술을 번복하는 등 초동 수사에 문제점이 많아 계획 살인이라는 검찰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사건 주무관인 힐튼 보타 형사가 현장 보존용 신발을 신지 않고 피스토리우스 자택 침실을 누비고 다녀 현장을 훼손했고, 침실에서 발견된 휴대전화기 통화 내역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담당 나이르 판사는 지난 2월 14일 새벽 이른 시간에 피스토리우스 집에서 다투는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한 이웃 주민의 집과 피스토리우스 자택 간의 거리를 경찰이 당초 600m에서 300m로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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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원은 강도로 오인한 총격이라는 변호인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건물 내부 화장실에 누군가 침입했다면 왜 침대에 있는 여자친구와 외부로 달아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의문은 피스토리우스 집의 구조를 보면 더욱 확실해지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방은 좁은 통로를 이어지는 화장실이 내부에 있고, 창문과 출입문이 침실에 가까이 있는 구조입니다. 누군가 화장실 내부에 있다 하더라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 곧바로 가까운 창문이나 출입문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형태의 건물이라는 겁니다. 굳이 총을 들고 내부 통로를 통해 화장실까지 들어가지 않고도 문을 통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왜 내부 통로를 통해 화장실로 찾아 들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총격을 가했냐는 게 법원이 의문을 제기한 대목입니다. 

남아공 법원의 나이르 판사는 구속적부심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는 본격적인 재판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해 이번 사건의 진실은 추후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런 결정에 따라 발렌타인데이인 지난 14일 여자 친구 스틴캄프에게 4발의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피스토리우스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게 됐습니다. 공판은 6월 4일로 잡혔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든 제 의문은 사건 초기 공론화됐던 '발런타인데이 해프닝'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침실에서 발견된 4개의 휴대전화기 통화 내역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점도 의문입니다. 피스토리우스는 화장실에 든 침입자에 총을 쏜 뒤 나중에 스틴캄프가 총탄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휴대전화기로 구급차를 불렀다고 서면진술서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적부심 과정에서 휴대전화기 통화 내역 조회를 관련 기관에 의뢰했지만 결과가 통보되지 않았다고만 했습니다. 처음부터 휴대전화와 관련한 수사를 치밀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긴 겁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발렌타인데이 해프닝‘설을 일축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근거는 분명히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웠는데요. 참고로 사건 하루 전날 숨진 여자친구가 올려놓은 트위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내용이 올라 있었습니다. 마지막 트위터 메시지는 “집 안에 곰처럼 숨어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이런 내용을 토대로 현지 언론은 피스토리우스가 깜짝 선물을 하려던 여자 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추정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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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CNN은 이번 사건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는 피스토리우스 자택에서 발견된 4대의 휴대전화라고 보도했습니다. 통화 내역은 물론 GPS를 통한 위치 추적으로 사건 당일 피스토리우스와 스틴캄프의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추적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침실에서 깨어나 베란다로 나와 있었는데, 화장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침상에 있던 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총격을 가했다”는 피스토리우스 주장의 진위 여부를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가 가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현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발렌타인데이 해프닝’설이 사실인지 아니면 피스토리우스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피스토리우스 집에서 수거된 4개의 휴대전화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바 스틴캄프의 가족은 보석 심리가 시작된 지난 19일 포트엘리자베스 화장터에서 그녀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피스토리우스의 여자 친구 스틴캄프의 아버지는 피스토리우스 변호인이 거짓말을 했다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스틴캄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피스토리우스 집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4대가 가려줄 수 있을지 주목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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