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법원에서 대우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GM대우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843명의 근로자를 파견받아 생산공정에 투입했습니다. 대우차는 '도급계약'이라 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파견된 사람들은 불법파견이라고 맞섰습니다.
도급이란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지정하고 결과에 대한 보수지급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자동차의 부속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동차 회사가 모든 부품을 다 제작할 수 없으니 계약을 하고 완성된 제품을 납품받는 거지요. 하지만 파견은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지요. 그래서 도급과 파견을 결정짓는 기준은 지휘, 감독을 누구에게 받는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물론 그 외의 것들도 많습니다만, 쉽게 얘기해서)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2005년 1월 노동부 창원지청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습니다. 노동부는 넉 달 뒤 창원지검에 사건을 송치하고, 창원지검은 1년 8개월가량 조사한 뒤 2006년 12월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사장 등 7명을 파견법 위반으로 약식기소 처분했습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법원에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걸 말합니다.
그러나 GM대우 측은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때부터 재판이 길어집니다. 2009년 2월,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근로자들이 반발해 열린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혀 라일리 전 사장을 비롯한 7명 모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사측이 또 한 번 상고했고, 최종 결론은 그 뒤로도 한참 시간이 지난 2013년 2월 28일 나왔습니다. 상고 기각. 법원이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사장들이 불법 파견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첫 판결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현대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때 내려진 판결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행정사건이었습니다. 해고된 것이 억울하니 해고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이었죠. 누가 처벌받는 재판은 아니었던 겁니다. 자동차 업계의 사측은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연히 근로자 측은 판결은 반겼고요. 여기까지가 8시 뉴스 리포트와 다른 매체들을 통해 보도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한 번만 뒤집어 생각해 보십시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03년이고요, 근로자들이 부당하다며 노동부에 진정한 것은 2005년입니다. 무려 10년 가까이 걸려 결론이 난 셈입니다. 그래서 사장들에게 700만 원, 400만 원, 2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정색하고 얘기하면 전과자가 된 것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사장님들 어디 비싼 곳에서 술 몇 번 드실 정도의 금액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서울까요?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면, 글쎄요.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길어지면 제대로 된 결론을 얻었다 할지라도 소용없어지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물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 분명 의미있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법파견으로부터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려 했던 파견법의 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었는 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법을 통해 범법자를 처벌하고 또 다른 범죄행위는 방지하려는 목적은 또 어떻습니까.
'시간 끌기와 솜방망이 처벌로 결국 피해를 본 것은 근로자'라는 일각의 비판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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