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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사 청문회 미션 임파서블…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취재파일] 인사 청문회 미션 임파서블…주어진 시간은 단 5분!
박근혜 정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습니다. 어제(27일)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유진룡 문화부 장관 내정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번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그리고 김용준 총리 지명자가 인사 청문회 전에 자진 사퇴를 계기로 ‘인사 청문회 개선’ 문제가 이슈가 됐었습니다. 신상털기를 해서는 안된다, 정책과 업무 능력 위주로 검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식으로 해야 한다. 미국식은 더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고 있다, 개선할 거면 사전 검증을 미국처럼 더 철저하게 하자….

자, 그런 이야기들이 대한민국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 화면을 통해 요란하게 휩쓸고 지나 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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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실세 장관 중 한 명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청문회 모습을 보겠습니다.

인사 청문회는 후보자가 진실을 말하겠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 후보자가 자기 소개나 인사말 같은 모두 발언을 하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잠깐!!!

거짓 없이 진실을 말하겠다는 선서를 하기는 하지만 이게 애매합니다. 인사 청문회에 출석한 장관 후보자는 말 그대로 ‘후보자’입니다.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 거짓말을 하더라도 ‘위증’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양심에 맡겨야 합니다.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국회 모독’으로 고발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모독’에 대한 기준이 여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어서 사실상 ‘국회 모독’으로 고발하는 경우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장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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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인사 청문회에 들어갑니다. 의원들은 순서대로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청문회가 시작되는 순간 후보자 옆에 타이머가 돌아갑니다. 시간은 5분. 5분 안에 후보자의 자질, 소신, 업무 능력, 도덕성 등등을 검증해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단 5분에. 후보자의 대답 시간에도 타이머는 멈추지 않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시간가는 것과 똑같습니다. 부상자와 나와도 선수를 교대해도 45분의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그럼 축구처럼 인저리 추가 타임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의원당 추가 1분이 주어집니다. 

자, 그럼 의원들은 어떻게 이 5분, 추가 1분을 합치면 6분을 쓸까요?

이 짧은 시간에도 어떤 의원들은 후보자와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 받고 질문에 들어갑니다. 또 어떤 의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바로 ‘돌직구’를 날립니다. 덕담을 나누면서 청문을 시작한 의원들은 어떻게 보면 5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직구’를 던지는 의원들에게 5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에게 “예 아니오라고 짧게 대답해 주세요”라고 차갑게 얘기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준비한 질문과 따지고 싶은 의혹들이 많은데, 후보자가 주어진 5분의 시간을 두루뭉술한 대답으로 사용해 버리면 질문도 못하고 대답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시간이 훅 흘러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보자의 답변보다는 질문, 즉 의원이 자기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경우는 ‘덕담’으로 시작한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관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하고나서 의원님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면, 후보자는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면 끝입니다.

물론 자신보다 후보자의 말을 충분히 듣는 의원도 있습니다. 형식적인 면에서 봤을 때 그야말로 듣는 ‘청문회’, 말 그대로의 청문회 취지를 잘 살리는 의원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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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후보자 이런 저런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말입니까?
후보자: 아닙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의원: 그러면 사실이 아닌 것을 잘 설명을 해야죠
후보자: 네 그건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됐고 저렇게 돼서 이렇게 된 거고…그렇습니다.
의원: 잘 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이런 식입니다. 사실 관계를 묻고 따져서 정확한 정황이나 진실을 확인하는 묻고 답하기 보다 일방적으로 해명의 시간을 주는데 5분을 할애하는 겁니다.

5분, 추가 1분의 시간이 끝나면 의원 앞에 있는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집니다. 어떤 의원들은 바로 끝내지만, 어떤 의원들은 못다 한 말들을 마이크가 꺼지든 말든 쏟아내고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권투에서 ‘공이 살렸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딱 그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 꺼진 게 살렸다’고 말입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어제 인사 청문회 후 적격하다는 내용의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고 장관이 됐습니다. 유 장관에 대한 자질, 업무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데 의원들은 대략 2번 질문 시간을 갖고 끝났습니다. 의원 1인당 시간은 최대 6분, 도합 12분이었습니다.    

P.S 국회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질의 시간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서 미리 정합니다. 다른 상임위에서는 통상 7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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