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통계를 보면 등록 대부업체 수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2007년 만8천개를 넘던 대부업체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만천개로 줄었습니다. 7천개 정도가 감소한거죠. 등록 대부업체 모임인 대부금융협회에 물어보니 문을 닫은 업체 대부분은 개인 영세업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는 건, 모든 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장사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66%였던 법정 최고금리가 현재 39%까지 낮아지면서 영업 환경이 안좋아진데다가, 경기가 침체되면서 회수도 안되고, 특히 최근엔 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겁니다.
그런데 폐업을 한 대부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장사하기 힘드니 다른 업종으로 옮길까요, 아니면 무등록 대부업체로 영업을 계속 할까요? 사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조사를 하는 곳도 없고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업계에선 상당수가 ('대부분'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무등록 업체로 영업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게 이 업인데 쉽게 바꾸지 못하고 2002년에 양지로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무등록으로 해왔는데 돌아가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무등록으로 영업하다 걸리면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법원에선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하기 때문에, 규제에 걸릴까 조바심내고 영업하느니 연 100~200% 이자를 받고 걸리면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런 무등록 업체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은행으로 통하는 1금융권은 저신용자들에겐 다른 나라 얘깁니다. 2금융권이 있지만 이 역시 빌릴 수 있는 돈은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등록 대부업체를 찾는데 이마저도 요즘에는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취재할 때 찾은 대형 대부업체는 연체율이 예전보다 너무 높아져서 요즘은 웬만하면 신용대출 하지 않으려고 하고, 심사도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업체 담당 공무원분들이나 금융당국 관계자분들도 폐업 대부업체 상당수가 지하로 간다는 말은 조심스러워 하지만, 이런 불법 사채 이용자나 불법 추심 행위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 때문에 대부업계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무등록 업체, 불법 사채에 대한 단속은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대부업체와 같은 금리를 받는 2금융권까지 포함해서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도 계속 돼야 합니다. 하지만, 함께 시급하게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저신용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 안전망 재정리입니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 신용 기록조차 없는 저소득 대학생, 병원비가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가정 모두 지금 어디에다 손을 벌릴 수 있을까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퍼주기는 안되겠지만 최소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판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