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공단인지 마을인지 구별하기 어려웠습니다. 공장 사이사이에 가정집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주물공장과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집 옥상에는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장독대 위에도 난간에도 심지어 창문을 닫아 놓은 방안에도 먼지가 가득 쌓였습니다. 집주인은 여름에도 문을 한번도 열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환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합니다. 집안에는 대형 공기청정기가 24시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목소리가 걸걸했습니다. 하루종일 목에서 가래가 나오고 피도 난다며 병원에서 지어온 약봉지를 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학조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암과의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단계이지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해 9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대기환경 기준을 초과하는 결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자석에 달라붙을 정도의 철가루 성분이 보이는 먼지는 일단 대기중으로 날라가긴 보다 발생 인근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고, 공장들의 불법 소각이 주로 야간에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회적인 대기오염도 측정만으로는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기초환경조사와 좀 더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부터 재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지역은 공장과 가정집 모두가 들어설 수 있는 성장관리지역입니다. 따라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가정집과 공장이 바로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시청 공장허가 담당자는 오랜 대화끝에 조심스레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서류만 갖추고 오면 자신들도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 미리 예측해서 허가를 불허할 수 있는 '분위기'와 '권한'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직권으로 까다롭게 심사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어쩔수 없이 내주는 방향으로 변화는 '기류'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지역에 정식으로 등록된 159개의 공장의 신규등록일수를 따져봤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공장 신규 입주가 시작됐고, 2009년에 그 수가 급증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은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고, 2009년은 공장설립 허가 규제가 완화된 시점입니다.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은 자체적으로 충원해야 하는 재원일겁니다. 그런 지자체에게 고용을 창출하고 재원을 마련해 주는 공장유치는 절대절명의 숙제였을 겁니다. 1995년 지자체 선거가 시작된 시점에 공장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업종제한이 풀렸던, 다시 말해 공장 허가 규제가 완화됐던 시점에도 또 증가했습니다. 도시설계를 전공하는 한 교수님은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공장 허가 차이가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류상의 문제가 없으면 세부적인 입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땅의 용도만 맞으면 일괄적으로 승인을 내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 옆에 가정집이 들어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솜방망이 처벌'때문에 공권력이 유린당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단속 인원도 너무 적었습니다. 이 지역에만 4천개의 오염물지 유발 업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소를 관리 감독해야할 인원은 팀장까지 3명입니다. 한 사람이 1천 2백개의 업소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공장에 둘러싸인 마을. 단속할 인력도 없고, 단속해도 제대로된 처벌도 할 수 없는 현실. 이 현실속에서 마을 주민들만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