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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학생이 위험하다…학생 정신건강 '빨간불'

[취재파일] 중학생이 위험하다…학생 정신건강 '빨간불'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은 시기. 공식적으로 힘들다고 인정받는 고3 때일까요? 아니면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취업준비 기간일까요? 언제가 됐든 각자 마음 속에는 불만이 가득하겠지만, 20살 정도 나이가 되면 불만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감내하면서 스스로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불만이 겉으로 가장 많이 드러나는 시기는 중학생 때입니다. 각자의 기억을 되짚어 보시면 '그래 그랬지' 하실 겁니다. 세대별로 학년별로 분류해보면 중학생처럼 불만이 많은 집단은 없습니다. 중학생은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라는 단단한 무기를 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합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학생도 중학생인데, 특히 중2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15살 밖에 안된 어린 친구들이 왜 그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을까요? 따져보면 근본적인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사춘기가 되면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면서 몸 안에서 뇌호르몬이 과다 분비됩니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서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는 정도가 다른 시기보다 격렬해집니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중요한 변화는 환경의 변화입니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생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학업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요즘 고3 입시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학생들이 받는 대입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려서 중학생들 마음 속에는 불만이 가득 쌓입니다.

불만이 쌓이면 풀어야 하겠죠. 그런데 딱히 풀 방법이 없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고 해도 불만은 순간적으로 잊혀질 뿐, 쌓이고 쌓인 게 한번에 사라질리 없습니다. 어른들이 봤을 때 학생이 공부말고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학생들 마음 속에는 부모님에게 말 못할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 학생들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불만을 풀지 못하니 우울하고 불안하고 집중도 잘 안됩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드러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우리나라 초중고생 648만 명 전체를 전수조사했더니 마음이 병들어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 무려 105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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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이 병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했더니 문제가 심각해 심층상담과 같은 집중관리가 필요한 학생이 22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중에는 극단적인 선택,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고위험군도 9만7천여 명이나 됐습니다.

마음이 병든 학생들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 중학생입니다. 중학생은 전체 학생 가운데 18%가 관심군, 7%가 주의군으로 분류돼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보다 관심군과 주의군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이 되는 게 교육입니다. 교육의 주인공은 학생이죠. 백년 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들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는데, 우리 아이 일이 아니라고 모른척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내버려두면 우울과 불안, 분노조절 장애 같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이 교감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치료해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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