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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구멍뚫린 LPG 용기 안전검사 (상)

[취재파일] 구멍뚫린 LPG 용기 안전검사 (상)
LPG(액화천연가스) 용기가 얼마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까? 처음 취재를 시작하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요즘은 다들 도시가스 쓰지 않나? 택시에 장착된 LPG용기는 택시가 폐차할 때 함께 없애는 것으로 아는데 대상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런 예상은 취재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LPG용기는 무려 900만개였고, 도심을 돌아다녀 보니 식당과 작은 가게, 포장마차 등 곳곳에서 LPG용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통되는 900만개 LPG 용기의 82%, 그러니까 10개 중 8개 이상은 16년 이상 된 노후 용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이런 노후 용기는 안전검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정해놓은 일부 검사마저 생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8월 17일 아침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한 상가에서 LP가스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른 출근길을 나선 시민들이 폭발로 차와 함께 날아가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던 손님들이 파편에 맞아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도시 전체가 들썩이면서 마치 미사일 폭격을 당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사진과 화면을 보면 전쟁터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41명의 사상자를 냈던 이 폭발사고는 LPG 용기 1통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벌어진 일입니다. 가스가 밀폐된 공간에 쌓여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 불꽃을 튀게 하는 일이 생겼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왜 LPG용기에서 가스가 샜고 어떤 것이 불꽃을 튀게 했는지는 끝내 원인 불명으로 처리됐습니다.

가스사고는 폭발로 증거가 사라지면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원인불명으로 처리되는 일이 많은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얼마 전 발생한 인사동 상가 화재 역시 LP가스 폭발이 화재를 키웠다는 것만 확실히 나왔지 부탄가스 통의 문제인지 LPG용기에서 가스가 샌 것인지 아니면 전기합선인지 지금까지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LP가스 용기는 자동차처럼 일정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정기 안전 검사를 받습니다. 전국 23곳 전문지정검사소에서 20년 미만 용기는 5년마다 재검사를 받고, 20년 이후는 2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LPG 안전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필수 검사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내압검사라는 겁니다. LPG 용기 안에 평상시 넣는 가스압력의 2배가 넘는 압력을 넣어서 용기가 커졌다가 다시 원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보고 용기 부피가 최대일 때와 원상회복 됐을 때 양의 차이가 10% 미만이 되는 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용기의 탄력성과 내구성을 알아보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이런 비율을 팽창률이라고 하는데 팽창률이 10%를 넘어서면 앞으로 사용하다가 용기에 구멍이 나서 가스가 샐 수 있다고 보고 용기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불합격 처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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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취재 중에 전문검사소를 돌아다녀 보니까 안전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LPG용기에 이미 미세 구멍이 생겨서 수조 속에 넣었을 경우 미세구멍으로 물이 새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검사 받으러 오기 직전까지 그 구멍을 통해 가스가 새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내압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LPG 용기라면 사용 중 언제 미세구멍 등이 생겨 큰 사고를 부를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검사소 관계자들을 취재해 보니 어찌된 일인지 가장 중요한 이 내압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내압시험검사장은 검사소 지정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마련해 놓아야 하는 곳인데 정작 허가를 받고선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노후 LPG 용기의 안정성이 의심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충전소나 판매점에서 검사소에 지급하는 검사비가 1만원 정도 됩니다. 그 비용으로 밸브를 교체하고 페인트 칠을 새로 하고 배달까지 하는데 인력과 교체부품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내압검사까지 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검사소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검사소에서 불량으로 걸러진 LPG 용기에 대해선 충전소나 판매점에서 검사비용을 관행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구조라면 과연 LPG 용기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전문적인 검사가 이뤄질 수 있을 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취재진이 전국 23곳의 지정검사소 가운데 10여 곳을 돌아다녀 봤더니 역시나 내압검사를 제대로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내압검사 설비를 아예 가동시키지 않은 곳도 있고 형식적으로라도 그 곳을 거치는 곳 조차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법적 검사이기 때문에 내압검사를 했다는 결과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검사결과서는 대충 임의로 적어놓으면서 조작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이런 사정을 모른 채 무방비로 LPG 용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LPG 용기를 밀폐된 곳에 넣어둬선 안 되는데 곳곳에서 밀폐된 곳에 넣어두고 있었고, 검사기한을 넘긴 LPG 용기들도 도심 식당에서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날짜를 지난 LPG용기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불법인데도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무슨 사고가 날 지 알 수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실태가 방치돼 왔던 걸까요?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점을 줄일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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